[중앙일보 35돌 특별회견] DJ 민심대책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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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회견의 주요 관심은 김대중 대통령의 민심(民心) 관리문제였다.

金대통령에게 '고언(苦言)과 직간(直諫)' 이 가지 않고 청와대 민심창구에 적신호(赤信號)가 켜졌다는 여론 지적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빛은행 의혹과 관련한 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의 이른바 '반란' 등을 들어 '민심을 모으는 데 부족하다는 얘기가 있다' 고 물었다.

그랬더니 金대통령은 바로 "정부에 대해 고언하는 것은 당으로서는 당연한 책임" 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들은 일선에서 국민 소리를 듣는 사람들" 이란 표현으로 의원들의 민심수렴 역할을 인정한 뒤 그런 고언을 적극 수용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소 무거운 표정이었지만 명쾌하게 답변했다. 회견을 한 것은 19일 오후 4시20분쯤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金대통령은 그때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 사퇴문제를 놓고 고심한 것으로 안다" 면서 "고언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것은 당의 용퇴론을 받아들이겠음을 시사한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金대통령은 朴장관 사퇴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20일 朴장관의 사표가 수리된 뒤 金대통령에게 추가로 물었다.

"朴장관에게 여러가지 국정 임무를 주었는데, 사표수리할 때 아쉬운 점이 없었습니까. "

이에 대한 金대통령의 답변은 "진실이 투명하게 규명되길 바라는 게 국민 여론이기 때문" 이라는 것.

민심을 거칠게 만들고 있는 의약분업 문제를 묻자 金대통령은 "조금 안이한 판단을 했다고 반성한다" 고 딱부러지게 대답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한 참모는 21일 "金대통령의 공개적인 반성 표현은 예상밖" 이라면서 "金대통령의 인식이 바뀐 만큼 민심을 다독거릴수 있도록 의약분업의 본격적인 보완책이 나올 것" 이라고 전망했다.

한나라당과 공방을 벌이고 있는 한빛은행 특별검사제 문제에 대해 金대통령은 "지난해 특검제의 효과가 없었다" 는 경험과 '국회 복원 우선론' 을 들어 반대입장을 확인했다.

여론 일각에서 거론하는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의 영수회담에 대해 "그런 의사를 전달하고 있지만 그것은 '예외' 이며 국회에서 대화가 먼저" 라고 강조했다. '국회중시론' 으로 민심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지역경제 악화 등으로 난조상태인 영남 민심과 지역화합론을 물었다.

여기에다 "지난해 영국 여왕의 안동 방문에다 예산투입 등 많은 배려를 했는데도 영남쪽엔 먹히지 않고 있다는 게 4.13 총선 뒤 민주당의 불만" 이라는 얘기를 질문에 곁들였다.

이에 대해 金대통령은 "55년간 적대와 반목 속에 살아왔던 남과 북이 화해하고 협력하는 마당에 국민화합을 못 이룰 이유가 없다" 고 강조했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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