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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특검제 안되면 대구 집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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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이 21일 부산에서 장외집회를 가졌다. 비가 내렸지만 집회장소인 부산역 광장에는 많은 인파가 모였다.

주최측은 5만명이라고 주장했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나라를 바로세우기 위해 모였다" 며 "김대중 대통령은 한빛은행 불법 대출과 선거부정 축소.은폐를 정권의 명운을 걸고 규명해야 한다" 며 거듭 특검제를 요구했다.

◇ '국정파탄 규탄대회' 현장=오후 3시부터 시작된 집회현장에는 '국정에는 무능, 비리에는 유능한 DJ정권 심판하자' '아버지예 간첩잡아도 됩니꺼' 등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李총재는 "북한삐라가 서울에 뿌려져도 정부는 쉬쉬하고 있다" 며 김정일을 통일대통령이 되도록 길닦아 주는 것 아니냐" 고 질책했다.

김진재(金鎭載)부총재는 " '의약분업으로 국민의 추가부담은 없다' 던 정권이 이제 와서 1인당 4만6천원 이상을 내라 한다" 며 "국민을 상대로 한 사기" 라고 비난했다.

金의원은 "제2의 경제위기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며 "유치원생이 해도 이 보다는 잘 할 수 있다" 고 비난했다.

박관용(朴寬用)지도위원은 "김대중 대통령은 노벨평화상과 통일대통령의 환상에서 잠을 깨라" 며 "지금은 김정일도 비판할 자유가 없어졌다" 고 말했다.

그는 "비전향 장기수가 영웅이 되고 북을 탈출한 국군포로는 한달 동안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 젊은이들에게 국방의 의무를 다하라고 말할 수 있느냐" 고 정부를 비난했다.

박희태(朴熺太)부총재는 "2년반 동안 1백40건을 날치기한 이 정권은 날치기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고 지적했다.

한편 행사 후 李총재와 당직자들은 부산역에서 5㎞ 떨어진 범일동 부산시민회관까지 태극기를 앞세우고 거리행진을 벌였다.

◇ 안팎에서 제기되는 등원론=부산에서 하룻밤을 지낸 李총재는 이날 오전 주요당직자들과 조찬을 함께 하며 "특검제가 안되면 대구집회도 강행할 것" 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밀어붙일 시점" 이라고 李총재의 측근은 말했다.

그러나 집회에 참석했던 일부 의원들은 李총재에게 등원론을 건의했다고 한다. 남경필(南景弼)의원은 " '잘못하면 실기할 수 있고, 여론의 역풍에도 대비해야 한다' 는 초.재선 의원들의 의견을 총재에게 전달했다" 고 말했다.

한 고위당직자는 "당내에서 여러가지 의견이 나오는 게 사실" 이라며 "부산집회 후 이번 주말께 당론을 모을 것" 이라고 말했다.

악화된 경제사정도 부담이다. 주가하락.고유가 행진 등을 더이상 외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박근혜(朴槿惠)부총재 등 등원론자들의 입지를 강화해주고 있다.

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부정선거와 한빛은행 두 현안 가운데 한건에 대해서만 특검제를 하는 방안이 제시될 수도 있다" 고 말했다.

부산=이수호.고정애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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