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비전' 첫 수혜국서 이젠 지원국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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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 13일 아프리카 케냐 와지르 지역의 모래사막 위에 서있는 한 간이 천막. 20여평 남짓한 이곳에는 40여명의 현지 어린이들이 담요 위에 누운 채 죽과 우유를 먹으며 생명의 불씨를 이어가고 있다.

현지인 자원봉사자들이 끓여주는 이 음식은 한국 월드비전이 그 비용을 지원해 마련한 것이다.

케냐 북동지역에 위치한 와지르 주민 32만명은 1997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극심한 가뭄과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매년 한 살도 안된 영아 10명 중 한 명이 굶주림과 말라리아 등 각종 질병에 목숨을 잃는다.

한국 월드비전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95년부터 와지르 지역에 긴급 구호사업 예산으로 연간 9만~10만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98년에는 5만4천달러를 들여 이곳에 보건소를 지어주기도 했다. 매일 25~30명의 원주민이 찾아와 말라리아약 등을 얻어간다.

한국 월드비전의 따뜻한 손길은 이웃 아시아 국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일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가출청소년센터. 45명의 아이들이 돗자리 짜는 기술을 배우고 있는 이곳 역시 한국 월드비전이 보내주는 연간 5만달러의 지원금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지난달부터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마오 포르스(14)는 "굶지 않고 공부도 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2백70여㎞ 떨어진 곳에서 기차 지붕에 매달려 이곳으로 왔다" 고 말했다.

절망을 딛고 선 그의 꿈은 의사나 기술자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프놈펜에는 아직도 도둑질.넝마주이.매춘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거리 아이들' 이 어림잡아 5천명이 넘는다.

다국적 구호단체인 월드비전이 오는 22일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50년 전 한국전쟁의 포화 속에서 월드비전이 탄생한 지 50년. 월드비전의 첫 수혜국이던 한국은 이제 캄보디아.케냐.북한 등 전세계 22개 국가 1만5천명의 어린이들을 포함해 60만명의 빈민들에게로 '나눔' 의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 월드비전은 연간 국내 및 북한과 해외 빈민 지원사업에 2백46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한국 월드비전 오재식(吳在植.68)회장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앞으로도 굶는 아이가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 '이라며 "여럿이 작은 돈을 모아 큰 일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고 말했다.

◇ 월드비전=50년 한국에서 선교활동을 펴던 미국인 고(故) 밥 피얼스 목사와 고 한경직 목사 등이 전쟁으로 부모와 남편을 잃은 한국인을 돕기 위해 만들었다.

현재 전세계 1백여개 국가에 지부를 두고 1백여개국 1백50만명의 어린이들을 포함해 8천5백여만명의 난민과 빈민을 돕고 있다.

4백만명의 지구촌 시민들과 각국 정부가 한 해 동안 이 단체에 내는 기부금품은 지난해의 경우 7억6천여만달러에 이른다.

나이로비=성시윤.프놈펜=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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