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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박지원 보호' 왜 바뀌었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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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0일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의 사표를 받은 것은 전격적인 선택이었다.

전날까지 金대통령은 '잘못이 없다' '공로가 많다' 며 朴전장관의 역할을 인정해 왔다. 그런 金대통령이 이처럼 입장을 바꾼 것은 민심(民心)악화에 있었다.

여기에다 '朴장관 자진사퇴론' 을 둘러싼 여권 내 권력 갈등 기류로 번지는 상황이 金대통령으로선 부담이었다고 한다.

이같은 결심을 하기까지 金대통령은 여러 경로로 여론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광옥(辛光玉)수석의 민정팀에선 네차례 이상 민심동향을 보고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특히 金대통령이 결심을 굳힌 계기는 18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이어, 朴장관 퇴진론이 봇물처럼 터진 19일 의원총회라고 한다.

그 가운데서도 '옷로비 사건의 재판(再版)이 될 수 있다' 는 의원들의 지적이 金대통령에겐 가장 가슴 아픈 대목이었다고 한다.

金대통령은 국정을 맡은 이후 옷로비 사건 때 여론을 잘못 판단한 것을 뼈아픈 최대의 실수라고 얘기해 왔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민심불만에다 朴장관의 용퇴론을 둘러싼 여권 내 논란을 빨리 정리할 필요성을 金대통령은 느꼈다" 고 전했다.

당초 朴장관 사퇴를 반대한 의견은 金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러나 거꾸로 여권 내 단합을 흐트러뜨린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과 민심을 분리하기 위해선 朴장관 퇴진 카드가 불가피하다는 판단도 따랐다고 한다.

또 증시불안.유가인상 등 경제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실마리를 찾지 않을 수 없도록 金대통령을 압박했다.

경제위기의 책임이 朴장관 문제와 맞물려 여론의 불만과 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판단이다.

청와대 참모들은 일단 朴장관 사퇴로 "대치정국의 돌파구는 뚫렸다" 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세 가지 요구 가운데 가장 핵심이 朴장관의 사퇴였기 때문이다. 또 선거법 위반자 국정조사는 공소시효가 한달밖에 안 남았고, 선관위 선거비 실사 개입 의혹발언과 관련한 문책은 국회 정상화가 될 무렵 당직개편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朴장관을 퇴진시킨 金대통령은 국회문제에 관한 원칙론을 고수할 것이라고 한 측근은 전망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朴장관의 구속수사와 특별검사제 수용을 거듭 요구하고 있어 당분간 여야 공방은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한나라당의 전략은 연말까지 (대치정국을)계속 끌고가는 것" 이라며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진국 기자

사진=김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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