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장관 일문일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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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은 20일 오전 8시50분쯤 문화관광부 청사로 출근하자마자 보좌진을 불렀다. 그리곤 "한빛은행 사건과 관련해 10시에 기자회견을 할테니 언론사에 알리라" 고 지시했다.

깜짝 놀란 간부들이 보좌진에게 "사퇴 회견이냐" 고 물었으나 아무도 "그렇다" 고 답변하지 못했다. 朴장관이 어떤 암시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朴장관은 회견 10분 전 간부들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

"내가 결백하지만 그만둔다. 내 문제로 대통령에게 부담을 드려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 이제 치과도 가고, 좀 쉬면서 건강도 추스르려고 한다."

회견에서 朴장관은 미소와 여유를 잃지 않으려 했다. 그러면서 "한빛은행 사건은 의혹만 있고 실체는 없다.

내가 떳떳이 검찰 조사에 응하면 의혹이 저절로 풀릴 것" 이라며 결백함을 보이려 했다. 그는 이운영(李運永) 전 신용보증기금 영동지점장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상세한 자료를 간추려 놓았다고 한다.

오후 2시에 열린 이임식에선 "이곳에서의 (지난해 5월 취임.16개월)생활이 내 인생에서 가장 보람있었다" 고 말했다. 그는 회견에서 "곧 국민을 다시 뵐 수 있기를 바란다" 며 재기(再起)의지를 빼놓지 않았다.

다음은 회견 일문일답.

- 사임 이유는.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다.국민이 정부를 불신하는 일이 더이상 계속돼서는 안된다. 나는 자연인으로서 검찰의 공정수사에 협력할 것이다. 이운영씨도 약속대로 21일 정오 검찰에 출두해야 한다."

- 사임의사에 대한 대통령의 반응은.

"오늘 아침 청와대에 전화를 걸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은 가만히 듣고 있다가 '자네 판단대로 자연인으로 검찰조사를 받아 의혹을 완전히 씻는 것이 좋겠다' 며 사임을 허락했다."

- 민주당에서 나온 용퇴론에 대해 서운한 생각이 없나.

"애당심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당에 대해 전혀 유감이 없다."

- 朴장관의 사임이 정부 대북정책 등에 변화를 가져오리라고 보는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 민주당 최고위원 워크숍이 사퇴의 결정적 이유가 됐나.

"어제 저녁 사임할 생각을 했다. 최고위원회의와는 상관없다."

이상일.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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