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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마음씨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49호 02면

며칠 전 출근길이었습니다. 얼어붙은 눈길을 살금살금 걷고 있었습니다. 지하철역 앞 쌈지공원을 지나가다가 한 할머니를 보았습니다. 할머니 주위엔 비둘기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참새도 여럿 보였습니다. 곡식 낟알을 뿌려준 것 같았습니다. 그 추운 아침에, 바람 부는 아침에, 눈 덮인 아침에 할머니는 왜 공원으로 나오셨을까요. 이른 아침을 드시고, 창밖을 보다가, ‘아, 새들이 먹을 게 없겠구나. 배가 고프겠구나’ 생각하셨겠죠.

성경의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천부께서 기르시나니 너희는 이것들보다 귀하지 아니하냐?”(마태복음 6장 26절) 천부(天父)께서 기르시는 새들이지만, 이번 폭설과 추위엔 급하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을 겁니다. 할머니는 그렇게 천부를 도우셨고요. 그 마음씨가 고마웠습니다. 회사에 도착해 차를 마시다가 문득 화분에 눈이 갔습니다. “너만 마시느냐. 나도 목마르다”라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물을 준 지 좀 됐더라고요. 미안한 마음에 얼른 컵을 들었습니다.

날이 춥습니다. 온 세상이 다 춥습니다. 형편이 어려운 분들은 더 추우시겠죠. 나만 따뜻하려 하지 말고, 나만 편하려 하지 말고, 다른 사람을 조금만 더 생각해 보렵니다. 당장 주변에도 힘들게 사는 분이 있고, 멀리 아이티에서는 지진으로 엄청난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지 않습니까. 새해에 복들 많이 받으셨죠. 이제 이런 분들을 위해 스스로 복을 지어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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