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만큼 많은 이야기'인도는 무궁한 소재”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49호 10면

2009년 제81회 아카데미 영화제를 평정한 작품은 인도와 영국의 합작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였다. 작품상·감독상·각색상 등 8관왕을 차지했다. 이 작품의 원작소설 'Q & A'(2005년)를 쓴 사람은 인도의 외교관 비카스 스와루프(49). 소설 역시 한글을 포함해 32개 언어로 번역되는 인기를 누렸다. 외교관 생활을 하면서 두 달 만에 써낸, 그것도 첫 작품으로 이 같은 메가히트를 치기란 쉽지 않다. 현재 일본 오사카 고베 총영사로 있는 그를 e-메일로 만났다. 세계에 인도 문화 열풍을 불게 한 ‘슬럼독 밀리어네어’ 이후의 삶이 궁금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저자 비카스 스와루프에게 인도를 묻다

그는 2008년 두 번째 소설 『6인의 용의자』를 내놨다. 한국어를 포함한 23개 언어로 번역됐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6월 출간됐다. 첫 작품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할 이야기가 또 남아 있을까’라고. 다행히 하고 싶은 얘기가 여섯 개나 있었다. 그래서 이 에피소드를 모아 『6인의 용의자』를 썼다. 나 자신을 작가라기보다는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소설의 내용은 이렇다. 인도 내무장관의 아들이자 재벌 총수가 파티에서 살해되고, 현장에서 6인의 용의자가 체포된다. 간디의 영혼이 빙의 된 부패한 전직 수석 차관, 하위 계층 출신의 휴대전화 좀도둑, 소안다만제도 최후의 부족인 옹게족 청년, 인도 최고의 섹시 여배우,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를 자칭하는 얼뜨기 미국인, 그리고 마피아 출신의 인도 내무장관인 피해자의 아버지다. 서로 무관해 보이는 이들이 사실은 깊은 관계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통해 인도 사회 내부를 깊숙이 파고든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도 그렇고 이 작품 역시 인도의 어두운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난 사회를 비판하기 위해 소설을 쓴 것이 아니다”라며 “이런 이야기를 써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쓴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인도인들은 선천적으로 긍정적이다. 현실의 문제들이 있지만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외국인이 보는 인도는 역동적이고 힘이 넘치며 발전하고 있다. 나는 책에 인도 도시들의 활력을 담아내려 했다.”

두 번째 소설 역시 영화로 만들어진다. 그는 “영국 BBC와 스타필드 프로덕션이 작업 중이다. ‘트레인스포팅’ ‘셸로 그레이브’ ‘비치’의 대본을 쓴 존 하지(John Hodge)가 대본 작업 중”이라고 소개했다. “'슬럼독’으로 돈을 많이 벌었겠다”고 묻자 “돈 얘기는 안 했으면 한다. 영화가 나를 백만장자로 만들지 않았다는 것은 말할 수 있다”라고 슬쩍 눙쳤다.

그는 인도의 유명한 법률가 가문 출신이다. 할아버지는 법무차관을 지냈고 부모님과 삼촌, 이모가 모두 변호사다. 1986년 인도 외무부에 들어가 터키·미국·영국·남아공 등에서 외교관으로 일하고 있다. 그럼 언제부터 글을 쓴 것일까. 이에 대해 그는 “나는 영문학이나 창작 수업을 수강한 적이 없다. 단지 내가 읽어보고 싶을 것 같은 책을 쓴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작가로는 프란츠 카프카, 알베르 카뮈, 무라카미 하루키, 폴 오스터 등을 꼽았다.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미스터리와 스릴러라고 덧붙였다.“인도라는 나라 자체가 무궁한 소재가 된다.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례가 많다. 여러 사람들이 있고 여기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게 인도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인도는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8~9%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려 한다. 그러자면 전기·도로·항만 시설 확충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는 한국에 가본 적이 없지만 인도인들은 한국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라고 들려주었다.“인도인들은 삼성·LG·현대 같은 브랜드를 통해 한국을 안다. 이들 기업은 인도 시장에 맞게 제품을 현지화했다. 삼성 휴대전화에 힌두어 메뉴가 있다. 세탁기는 인도 여성 정통 의상인 사리를 세탁할 수 있게 개조했다고 한다. 게다가 한국이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거둔 성공 또한 인상적이다. 인도는 한국을 첨단기술을 가진 좋은 파트너로 생각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