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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일본 총리 중앙일보 창간 35주년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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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모리 요시로(森喜朗)일본 총리는 중앙일보와의 서면 회견에서 한일 관계,한반도 정세와 대북 정책,일본 경제와 21세기 비전과 관련한 상세한 입장을 밝혔다.

특히 지난 6월의 남북 정상회담 이후의 남북 화해 시대를 맞아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1998년 한일 정상회담에서 ‘21세기를 향한 새 파트너십 공동선언’과 이를 실천하기 위한 행동계획을 채택한 이래 양국간 우호·협력이 강화되고 있다.현재의 양국 관계를 어떻게 평가하며 금세기가 가기 전에 해결해야 할 현안이 무엇이라고 보나.

“양국 관계는 98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방일 이래 전례 없을 정도로 좋아졌으며 그 이전의 시대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금석지감(今昔之感)이 있다.앞으로의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지금까지의 양국간 역사적 경위를 바탕으로 미래 지향적인 우호·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도 2002년의 월드컵 공동 개최와 ‘한일 국민 교류의 해’를 성공시켜 한일 양국과 양국민 간 상호 이해를 한층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양국간 중요 현안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은 곤란하다.”

-한일 양국간 투자협정과 자유무역협정 체결 문제에 대한 입장은.

“투자협정의 경우 지난 5월의 양국 정상회담에서 올해 내 체결을 위해 쌍방이 노력해나가기로 확인한 만큼 계속해서 작업을 추진하겠다.

자유무역협정 구상의 경우 양국 연구기관에 의한 제2차 공개 심포지움이 오는 28일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계속해서 양국 경제계를 비롯한 국민 각층이 충분한 논의를 해야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는 수차례에 걸쳐 일왕의 방한을 초청했다.방한 실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현재 양국내에서는 이와 관련한 다양한 생각과 의견이 있는 만큼 양국 국내의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일본 정부로서는 앞으로도 한국과 협력해 방한이 실현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한국 정부는 재일 한국인의 일본 지방선거 참정권 실현을 요청했고 일본 정계에서도 관련 논의가 활발하다.참정권 문제는 언제쯤 해결되나.

“이 문제에 한국측의 관심이 크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다.이 문제는 일본의 제도 근간에 관한 중요한 문제로 찬성론에서 반대론까지 다양한 의견이 있고 현재 진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미 국회에 의원 입법 형태로 법안이 제출돼 있으나 총리의 입장에서 당(자민당)과도 긴밀한 연락을 취하고 국회와 당내에서의 논의 방향에도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면서 대처할 생각이다.앞으로 좋은 방향으로 진척됐으면 한다.”

-지난해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처음으로 재해구난 공동훈련을 벌여 큰 관심을 끌었다.양국의 군사교류에 대한 입장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은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도 매우 중요하다.양국의 재해 구난 공동훈련을 비롯한 각종 방위 교류의 진전은 양국 관계를 보다 견고한 것으로 만들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안전보장·방위분야에 관한 대화와 교류에서 앞으로도 양국의 협력을 강화할 생각이다.”

-한반도 정세는 남북정상회담 개최로 크게 바뀌고 있다.한반도 정세를 어떻게 평가하며 또 어떻게 대처해 나갈 방침인가.

“남북정상회담은 사상 처음으로 남북의 정상이 직접 의견을 교환하고 공동문서에 서명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것이다.그 후의 남북 장관급 회담 개최와 남북 이산가족 상호방문등 남북화해와 협력을 향한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가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미사일과 핵무기 개발 문제를 비롯,북한을 둘러싼 안전보장 상의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일본은 지난 7월의 오키나와(沖繩)주요국(G8)정상회담에서 의견 일치를 본 것처럼 북한을 둘러싼 긍정적인 흐름을 지원하면서도 계속해서 국제사회의 안전보장상의 우려와 인도상의 문제에 건설적으로 대응할 것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일본이 북한과의 국교정상화 전이라도 대북 경제 지원을 실시할 것을 바라고 있다.

“한국 정부로부터 구체적인 대북 경제 지원을 요청받은 사실은 없다.그러나 일반론으로서 대북 경제협력은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의 타결이 전제가 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북일 국교정상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그 교섭의 진전에 힘쓰겠다.”

-지난 달의 제 10차 북일 국교정상화 협상은 일본의 과거청산,북한의 일본인 납치 의혹 문제에서 입장 차이가 있었지만 상호 접점을 찾아 일보 전진했다는 평가도 있다.과거 청산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계획인가.

“10차 협상은 좋은 분위기 속에서 솔직한 논의가 진행됐다.양측 모두 기본적인 주장을 밝혔고 상대방 입장에 대한 이해를 넓혔으며 차기 회담의 기초를 만드는 주요 목적은 대체로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말하는 과거청산 문제는 국교정상화 교섭에서 진지하게 논의해 나갈 방침이다.현 시점에서 이 문제는 북일 양측의 입장에 큰 차이가 있지만 정부로서는 차기 회담 이후 쌍방의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북일 정상회담에 의욕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북일 정상회담이 현실적인 것으로 검토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金대통령으로부터 대북 정책을 펴나가는 과정에서 김정일(金正日)노동당 총비서와의 의사 소통을 효과적으로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조언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이달초 유엔 밀레니엄 총회 출석 때 북한의 김영남(金永南)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회담하는 것으로 조정을 했지만 金위원장의 방미 중지 사태로 실현되지 않았다.

예정대로 실시됐다면 사상 첫 북일간 정상급 회담으로 북일 관계개선의 탄력을 붙일 것으로 기대했던만큼 유감스럽다.어쨌든 앞으로도 북일 관계를 종합적으로 감안하면서 북한 수뇌부와의 의사 소통을 위해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지를 계속해서 검토하겠다.”

-북한에 대한 추가 식량지원은 언제쯤 이뤄지나.

“이는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감안하면서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현 시점에서 이를 실시할 입장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

-일본 정부가 북한을 국가로 공식 승인할 계획은 없나.

“현 시점에서 일본이 북한을 국가로 승인하지 않고 있어 북일 관계는 비정상적인 관계가 돼 있다.일본 정부로서는 가능한 한 조기에 이같은 상태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끈기있게 노력할 생각이다.”

-일본의 경제 회복은 아시아 경제 회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현재 여러 밝은 조짐이 나오고 있지만 본격적인 성장을 위한 계획을 듣고 싶다.

“지금까지 대담하게 추진해온 여러 분야의 정책 효과도 있어 일본의 99년도 실질 GDP(국민총생산)성장률은 3년만에 플러스가 됐다.올해도 1·2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달성하는 등 일본 경제는 완만한 개선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다만 고용 상태는 여전히 어렵고 개인 소비도 제자리 걸음 상태다.정부는 앞으로 경기 회복에 축을 둔 경제·재정 운영을 실시해 경기를 자율적 회복궤도로 올려 나가도록 전력을 기울이겠다.현재 일본 경제는 그야말로 고비를 맞고 있어 추가경정 예산으로 대응해 나가려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정보기술(IT)혁명에 대응하고 규제완화 등 시대를 앞선 경제구조 개혁의 추진도 급선무다.이런 조치로써 일본 경제를 민수 중심의 본격적인 회복 궤도로 올려 장기적인 발전을 꾀하겠다.”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으로 재정 적자가 문제가 되고 있다.

“재정구조 개혁은 피할 수 없는 중요 과제다.밝은 조짐을 보여온 일본의 경기 회복을 확실하게 한 다음 21세기 일본의 경제·사회의 바람직한 미래,세제와 사회보장,중앙과 지방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대처하겠다.”

-총리가 지향하는 일본의 21세기 비전은 무엇인가.

“지금까지의 제도·구조 가운데 노후화되거나 결함이 생기고 시대의 변화를 따르지 못하는 것이 눈에 띄고 있다.또 물질의 풍족을 추구한 나머지 인간 생명의 존엄,지역 문화와 전통을 소중히 하는 마음의 중요성을 잃기 일수였다.21세기는 평화국가로서의 신뢰를 견지하면서 경제·과학기술면에서 세계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국민이 풍족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21세기의 새 사회에 걸맞는 새 구조를 만드는 ‘신생’(新生)의 발상이 중요하다.”

도쿄=오영환·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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