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말리는 조기유학…정부 규제 무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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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정부가 조기유학 대상자를 중졸 이상자로 제한하고 국내의 외국인 학교에 내국인 입학을 허용하겠다는 대안을 발표했지만 조기유학 열풍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16~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11회 해외유학 박람회장. 태풍의 영향으로 쏟아진 비도 학부모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행사기간 중 3만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이중 절반 가량은 초.중.고생과 학부모들이었다. 행사장 부스들에는 1만달러 이상을 송금하는 방법, 미국 공립학교에 넣는 방법 등을 묻는 학부모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다섯차례의 공개 세미나 중 조기유학 설명회가 네번이나 됐다. 부스마다 쌓아놓은 외국 학교 홍보 팸플릿은 대부분 바닥났다.

미국.호주.캐나다 등 외국 초.중.고교 50여곳의 대표들이 치열한 학생 유치 경쟁을 벌였다.

캐나다 한 고교의 유치단으로 왔다는 한 강사는 설명회에서 "한국정부가 여권을 발급하지 않는다면 몰라도 유학을 막을 방법은 없다" 며 "학력 인정도 안해주는 한국 내 외국인 학교에 넣느니 돈 조금 더 들여 외국학교에 보내라" 고 유혹했다.

위더스코리아의 방영숙(33)과장은 "미국에 자녀를 보내려는 어머니들 중에는 자녀를 비싼 사립학교 대신 공립학교에 넣고 본인은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 미국 대학에 입학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고 말했다.

중2와 초등학교 6학년생 두 자녀의 유학을 생각하고 있다는 金모(35.서울) 주부는 "고교 때 보내면 늦을 것 같아 유학을 추진 중" 이라며 "국립병원에 근무하는 남편한테 곤란한 점이 있지 않을까 걱정" 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보내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데 무슨 규제냐" 며 "정부가 말을 자주 바꾸니 이젠 믿지 않는다" 고 말했다.

이 행사를 주최한 한국전람 이홍균 대표는 "지난 봄 박람회 때 3만3천명이 몰렸지만 최근 정부의 조기유학 규제 방침 발표로 숫자가 줄어들줄 알았는데 오히려 태도들이 더 진지해진 것 같다" 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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