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시위에 다친 경찰 배상청구 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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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달 12일 전북 한 도시에선 농민 1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쌀개방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지난해 9월 멕시코 칸쿤에서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 반대해 자결한 고 이경해씨 1주기를 겸한 시위에서 농민들은 각목.쇠파이프를 휘둘렀다. 이 과정에서 경찰 20여명이 다치고 경찰버스도 여러 대 망가졌다.

그러나 경찰은 부상자들과 버스를 자체 예산으로 치료하고 고쳤다. 폭력을 쓴 시위대에는 전혀 배상을 요구하지 않았다.

경찰청이 최근 국회 행자위 열린우리당 심재덕 의원에게 낸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올 8월까지 총 620건의 폭력 시위에서 모두 2732명의 경찰관이 부상했다. 이 중 중상자도 203명에 달했다. 지난 2월 초 서울에서 있었던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농민시위에선 223명이 부상하기도 했다. 부상자는 전액 국가예산으로 치료받았다. 같은 기간에 차량 피해도 84대에 2억4000여만원에 이르렀다.

경찰청 경비국 신종무 경감은 "폭력을 쓴 사람을 일일이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면서 "배상을 청구하려면 민법에 따라 경찰관 개인이나 일선 경찰서에서 직접 소송해야 하는데 절차가 번거롭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한남대 이창무(사법행정학) 교수는 "선진국의 경우 평화시위는 최대한 보호하지만 폭력시위에는 단호히 대처한다"며 "우리 정부도 폭력시위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철저히 배상을 청구하는 등 강력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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