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사건’ 수사기록 공개 싸고 갈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용산 재개발구역 농성자 사망사건’의 수사기록 공개를 놓고 법원과 검찰·경찰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법원이 미공개 수사기록의 공개를 결정하자 검찰과 경찰이 재판부에 대한 기피신청을 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용산사건 항소심을 담당한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이광범)에 대해 재판부 기피신청서를 제출했다고 14일 밝혔다. 기피신청 인용 여부는 대리 재판부인 고법 형사3부(부장 이성호)가 결정한다. 기피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사건은 다른 재판부에 재배당된다. 결정이 나올 때까지 항소심 심리는 일단 중단된다.

또 재정신청 대상자 중 경찰관 1명은 재정신청 사건을 심리 중인 형사7부에 대한 기피신청을 했다. 이 기피신청 사건도 고법 형사3부가 맡았다.

농성 사망자 유족들은 지난해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 김수정 전 서울경찰청 차장, 백동산 전 용산경찰서장 등 경찰관 15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으나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리자 법원에 재정신청을 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법원이 재정신청 심리와 항소심 재판을 둘 다 하는 것은 검사가 기소와 판결을 모두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기피신청했다”고 말했다.

형사7부는 13일 미공개 수사기록 1730여 쪽에 대해 변호인이 열람·등사하도록 허용했다. 이 기록엔 용산사건 당시 진압작전을 지휘한 경찰 지휘부에 대한 검찰의 수사 내용이 담겨 있다. 검찰은 재판부가 형사소송법을 어기고 편법으로 기록 공개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형사소송법 262조는 ‘재정신청 사건의 심리 중에는 관련 서류 및 증거물을 열람 또는 등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증거로 제출하지 않는 자료나 불기소 사건의 수사 기록은 비공개한다는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서울고법과 대법원에 각각 이의신청과 즉시항고를 냈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부가 항소심 사건 심리 이전부터 심각한 편견과 예단을 갖고 있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황진구 공보 판사는 “재판부가 형사소송법 규정을 조화롭게 해석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 변호인 측 "15일 수사기록 공개”= 한편 농성자 측 변호인인 김형태 변호사는 “미공개 수사기록을 복사해 일부 검토한 결과 수사 초기 검찰이 경찰 지휘부의 책임을 추궁하다가 이후 (추궁 내용이) 사라졌다”며 “경찰 수뇌부에서 난리를 친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수사기록 검토를 마친 뒤 15일 오후 그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철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