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휩쓸고 간 영남지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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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태풍 '사오마이' 로 인한 피해는 우려했던 것보다 적었으나 사오마이가 관통한 영남지역은 한바탕 전투를 치른 것 같은 모습이었다.

폭우로 수백만평의 벼가 침수되거나 쓰러지고 강풍으로 인한 시설물 피해도 컸다.

영남 전 지역의 초.중.고교는 16일 하루 휴교했다.

◇ 농작물 피해〓사오마이가 지나간 16일 오후 부산시 강서구.북구.사상구지역 낙동강 둔치의 화훼.깻잎.배추밭 6백여㏊는 완전히 물바다로 변했다.

전날부터 조금이라도 농작물을 건져보려고 밤새 발버둥치던 농민들은 흔적을 감춘 밭을 바라보며 허탈한 모습이었다.

잇따른 태풍과 호우로 지금까지 4, 5차례 벼세우기작업을 벌였던 부산 강서구와 기장군 8백30여㏊ 논농가들은 벼들이 또 쓰러지자 망연자실했다.

일부 농민들은 이날 새벽 폭풍우 속에서도 일손을 최대한 동원, 벼세우기 작업을 벌이는 등 안간힘을 쏟았다.

영남에서는 농경지 1천9백53㏊가 물에 잠기고 벼 3천5백41㏊가 쓰러졌으며, 사과.배 등의 낙과 피해도 1천22㏊에 달했다.

◇ 인명 피해〓이날 오전 6시30분쯤 경남 고성군 마암면 초선마을 뒷산이 무너져 내리면서 許쌍조(63)씨의 집을 덮쳐 許씨가 숨졌다.

이에 앞서 오전 6시쯤 경남 진해시 이동 진해환경시설사업소에서 환경미화원 강태원(55)씨가 쓰레기를 정리하다 강풍에 날아온 조립식 패널에 머리를 맞아 사망했다.

오전 3시쯤에는 부산시 영도구 봉래동 부산대교에서 택시가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다리난간을 들이받고 바다로 추락해 실종됐다.

이날 오후 6시쯤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지하철 2호선 11공구 공사장(경남타운 네거리 지하)에서 태풍 사오마이로 불어난 물을 퍼내기 위해 양수기를 점검하던 조동학(42.전기공.대구시 동구 신천동)씨가 감전돼 파티마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 시설물 피해〓부산시 금정구 산성로 등 시내 곳곳에서 3백20여 그루의 가로수들이 뿌리째 뽑혀 나뒹굴었다.

이 때문에 부산시 북구와 금정구를 잇는 산성로의 차량통행이 이날 오전 5시간 동안 통제됐고 경부선 열차 운행이 지연되기도 했다.

또 이날 오전 5시쯤 부산시 북구 금곡동 금곡플라자 상가 지하 2층.지상 8층짜리 50m 높이의 주차타워빌딩이 강풍 때문에 20도 정도 기울었으며, 오전 4시쯤부터 부산시 북구.사하구.강서구 등의 6만여가구가 3~4시간 동안 정전됐다.

경남도내에서는 7개 시.군 34개 초.중.고교의 건물이 부서지고 담장이 무너졌다. 또 오전 7시쯤 부산 가덕도 인근 해상에 대피 중이던 인도네시아 선적 컨테이너선 '빈탕비루' (3만9천6백39t)호가 강풍과 파도에 좌초돼 배허리가 두동강났으나 외국인 선원 29명은 모두 구조됐다.

전국부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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