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된 리원허와 유사 혐의 로버트 김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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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리원허가 미 법원에서 핵 기밀 유출 혐의를 벗은 13일 미 펜실베이니아주 앨런우드 연방교도소에선 유사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복역 중인 한국계 미국인 로버트 김(61.한국명 金菜坤.사진)이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하고 있었다.

그는 1996년 미 해군정보국(ONI)에서 문관으로 일하면서 주미 한국대사관 무관에게 북한 관련 문서 40여개를 넘겨준 혐의로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돼 국방정보 획득 음모죄로 징역 9년을 선고받고 4년째 수감 중이다.

가족들에 따르면 옥중에서 李의 석방 소식을 접한 로버트 김은 이날 "사건 발생 초기 변호인들이 수사 자료를 제대로 열람하는 등 끝까지 노력했다면 나도 무죄로 풀려날 수 있었을 것" 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지금까지 줄곧 한국에 건네준 정보가 미국의 국방에 위협을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혐의가 잘못 적용됐다고 주장해왔다.

金씨의 동생인 김성곤(金星坤.48)전의원은 "두 사건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지만 미 법원이 재심청구까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고 말했다.

현재로선 金씨의 조기 석방은 비관적이다. 변호인단은 다음달 초 버지니아주 연방지법에 형량 재심 청원서를 낼 계획이지만 담당 판사가 최근 "좋은 결과가 나오기 힘드니 시간 낭비하지 말라" 는 내용의 편지를 변호인단에 보냈다.

변호인 중 한명인 나오미 안(한국명 방지영)변호사는 "李는 단순히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았지만 金씨는 국방관련 기밀을 제3자에게 넘겨준 것을 인정했기 때문에 성격이 다르다" 고 말했다.

安변호사는 또 "李가 풀려나게 되기까지 중국계 미국인들이 단체로 정부에 항의하는 등 중국이란 거대 국가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 발휘된 것도 사실" 이라며 두 사건에 대한 한.중 양국의 초기 대응 양식이 달랐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정부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 는 이유로 이 사건에 대한 공식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에 비해 주룽지(朱鎔基)총리 등 중국 고위관리는 李사건에 대해 잇따라 유감을 표명했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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