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법무관에 도전하는 여성들, 올해 10명이 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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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제공

군법무관직에 여성들의 도전이 늘고 있다. 사법연수원을 마친 남성들이 군복무의 수단으로만 택하던 예전과 다르다. 13일 사법연수원은 오는 31일 수료할 예정인 10명의 여성 연수생이 장기군법무관직에 지원, 합격했다고 밝혔다. 전체 17명 중 절반이 넘는다. 지난해는 1명이었다. 현재 국방부·육군·해군·공군 등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군법무관은 모두 20명이다.

군법무관이 여성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법조계 고용시장이 위축된 탓도 있지만 지원자들은 "남녀에 상관없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싶은 법조인에게 군은 블루오션"이라고 입을 모은다. 올해 군법무관으로 입대하는 수료생 김현주씨는 "방위산업 물자의 입찰과 계약, 협상과정에도 참여하는 등 다른 변호사들이 갖지 못하는 전문성을 갖출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군법무관이 다루는 업무 중에는 정부계약법·작전법·항공법·우주법 등 특수분야가 많다. 또 다른 지원자는 "군판사·군검찰관 뿐 아니라 법률자문이나 법제 등 순환보직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군법무관의 큰 장점"이라며 "대기업과 로펌에서 각각 오퍼를 받았지만 군법무관을 택했다"고 지원배경을 설명했다.

장기군법무관의 의무복무기간은 10년이지만 5년을 일한 뒤 전역을 선택할 수 있다. 로펌 등에서 군법무관 출신을 우대하는 점도 매력이다. 여성 연수생 채용을 꺼리는 로펌의 채용 풍토를 감안하면 향후 경력직으로 우대받을 수 있다. 다른 병과에 비해 급여상승폭이 크고 퇴직후 일반공무원에 비해 높은 액수의 연금을 받는다. 초임은 3600만원 가량.

출산휴가·육아휴직 등 여성복지혜택이 풍부하다는 점도 인기요인이다. 국방부는 "육아를 위한 탄력 근무제를 시행하고 국방어린이집같은 보육시설도 확충하는 등 여성의 출산과 육아를 돕기 위한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 로스쿨 과정 등 유학기회도 많은 편이다. 육군본부 인권과에 근무중인 김소례 법무관은 "유학기회도 많고 국제적인 시각을 기르기에 적합한 조직이라고 생각했다"고 지원동기를 밝혔다.

무엇보다도 금녀(禁女)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군에서 일하고 싶다는 도전의식도 크다. 한 지원자는 "군대를 다녀온 남자 연수생들이 '군대를 또 가냐'며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 여성이 굉장히 우대받는다"고 귀띔했다. 김현주씨는 "군가산점제나 유승준 사건 등을 지켜보며 무엇이 남성들을 분노하게 하는지 궁금했었다"며 "이같은 이슈에 대해 생각도 정리하고 앞으로 군대 내 인권 증진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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