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국민 피곤케 하는 정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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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은 7일 오후 서울역 앞으로 당사를 옮긴 듯했다. '김대중 정권 국정파탄 규탄 대회' 라고 이름 붙인 집회에 당력을 쏟아부었다.

수도권 전 지구당에 3백명씩 동원령을 내렸고, 집회 장면은 인터넷(http://www.hannara.or.kr)으로 중계했다.

"근조(謹弔), 국민의 정부" 등 10여개의 자극적 문안을 담은 대형 현수막과 피켓.애드벌룬이 집회 현장을 뒤덮었다. 당보 1만여부를 시민들에게 뿌렸다.

당보에는 한빛은행 대출비리의 압력 의혹을 받고 있는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을 '구속하라' 는 내용이 담겼다. 1만5천명(경찰 추산)에 달하는 참석자들이 역광장을 메웠다.

비주류 대표격인 김덕룡(金德龍)의원도 연단에 올라갔고, 지난 부평집회에 불참했던 박근혜(朴槿惠)부총재는 광장 바닥에 앉았다.

◇ "상생의 정치하자더니 뒤통수만 쳤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격한 표현을 썼다. 그는 "이 정권은 내가 총재로 선출되던 날(1998년 8월 31일) 서상목 의원을 출국 금지시키고, 하루에도 야당의원을 네명씩이나 빼갔으며 상생의 정치를 하자더니 바로 내 동생을 구속시켜 뒤통수를 쳤다" 고 비난했다.

李총재는 한빛은행 불법대출 의혹에 대해 "서민은 몇천만원 대출받기도 어려운데 권력과 결탁한 자들은 자기 금고돈을 쓰다시피 한다" 고 목청을 높였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그 슬하에 있는 집권당이 국민을 피곤하고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 고도 했다.

◇"대출은 문화관광부로" =연단에 나온 의원들은 한빛은행 불법대출의 배후로 박지원 장관을 지목해 공격했다.

김덕룡 의원은 "중소기업들은 단돈 천만원을 대출받으려 해도 이제는 은행이 아니라 문화관광부로 가야 할 판" 이라고 했다. 그는 "이 정권은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거짓말만 하는 거짓말 정권" 이라고 비난했다.

이부영(李富榮)부총재는 "월드컵 준비도 하지 않은 이 정권이 월드컵 복권이나 만들어 박지원을 비롯한 권력 실세들이 복권파는데 싸움질이나 하고 있다" 고 거칠게 성토했다.

李부총재는 "DJ는 비참한 최후를 맞지 않으려면 박지원같은 간신배를 처단해야 한다" 며 "金대통령도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정에 전념해야 비참한 최후를 피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소리를 높였다.

최병렬(崔秉烈)부총재도 "김대중 정권 이후 부정선거.권력형 비리.불법감청 등 권위주의 시대의 망령이 활개치고 있다" 며 "힘으로 밀어붙이기만 하는 뒷골목식 정치" 라고 金대통령을 겨냥했다.

집회 중간중간 사회를 본 맹형규(孟亨奎)의원은 "권력실세 대출압력 박지원을 구속하라" 는 구호를 외쳤고 청중들은 이를 따라했다.

이성헌(李性憲).오세훈(吳世勳).원희룡(元喜龍)의원 등 초선의원들도 "한빛은행사건에서 보듯 이 정권은 특권층을 위한 정권" "장관이 한달도 못가는 하루살이 정권" 이라고 비난했다.

최상연.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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