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 왜 뉴욕행 비행기 안 탔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김영남(金永南)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5일 왜 뉴욕행 비행기를 타지 않았을까.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독일에 도착한 金위원장이 4일 오전 11시30분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아메리칸 에어라인 소속 뉴욕행 비행기를 타려고 했으나 항공사 직원들이 짐 검색을 하려 하자 강력히 반발하면서 탑승을 취소했다" 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당시 金위원장 일행은 '국가수반이 공식행사를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것인데 짐을 검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이라며 항공사측에 강력히 항의했던 것으로 안다" 고 덧붙였다.

아메리칸 에어라인 직원들은 북한이 '테러지원 국가' 로 지정돼 있어 내규에 따라 철저히 짐 검색을 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金위원장 일행은 짐 검색을 '항공사의 관행보다 미국측의 무례' 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金위원장은 5일 오후 4시 프랑크푸르트 셰라턴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미 취소이유를 설명했는데 "미국측의 무례 때문" 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金위원장 일행은 탑승을 취소한 뒤 이날 오후 1시25분 뉴욕행 루프트한자 항공편을 예약했으나 그나마 탑승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金위원장의 방미 취소로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를 통해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이끌어 내려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외교전략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특히 지난 6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불량 국가' '신뢰할 수 없는 국가' 등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 시각이 또다시 뒤집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金위원장은 밀레니엄 정상회의 외에도 10여개국 정상들과 양자(兩者)회담이 예정돼 있거나 추진 중이다.

게다가 金위원장의 방미 취소는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내락(內諾)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에서 볼 때 김정일 위원장의 이미지에도 흠집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는 게 외교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남북이 공동으로 추진한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 의장성명은 예정대로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金위원장이 일단 뉴욕행을 취소한 것으로 보여 예의주시하고 있으나 밀레니엄 정상회의 모든 일정을 취소할 지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 고 밝혔다.

이철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