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세계 지도자들 유엔 회의 대거 참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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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유엔본부=신중돈 특파원, 이상언 기자] 전세계 1백88개국 정상 및 국가 수반들이 참석하는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millennium summit) 개막(6일.현지시간)을 앞두고 뉴욕시가 초비상에 들어갔다.

이번 대회는 사상 최대 숫자의 지구촌 정상들이 참석하며 이 가운데는 좀처럼 국제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지도자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또 미국 내 쿠바 난민, 중국 인권옹호단체, 이란 재야세력 등 다양한 시위대가 뉴욕으로 몰려와 대대적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 이색 참석자들=미국과 사이가 나빠 미국 땅에는 오려고 하지 않던 제3세계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한다. 이들은 어렵게 미국 땅을 밟은 이상 나름대로 최대의 선전효과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은 "체포될지도 모른다" 는 관측에도 아랑곳 않고 대회에 참석한다.

최근 줄리아니 뉴욕시장은 "참석자들에 대한 경호는 해주겠다" 며 "그러나 미국이 살인자인 카스트로를 대접해주면 안된다" 고 비난했다.

미 언론들은 "마이크만 잡으면 7시간씩 연설하는 그가 유엔이 허락하는 5분 연설에 성이 찰 지 의문" 이라고 꼬집었다.

쿠바와 친하고 미국과는 소원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30분의 연설시간을 달라" 고 요구, 유엔본부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백인들 농장을 강제로 빼앗아 서방세계의 비난을 받아 온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은 뉴욕 할렘지역을 방문, 흑인들 지지를 호소할 방침이어서 미 정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캄보디아 훈 센 총리는 자국 의회로부터 동의를 못받은 가운데 참석을 강행, 캄보디아 내부에서 논쟁이 일고 있는 실정이다.

◇ 비상경계=미국 경찰은 4일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이 탄 차에 페인트를 뿌린 이란인 등 5명을 체포했다.

하타미 대통령이 묵고 있는 플라자 호텔은 세차례 폭탄테러 위협을 받아 경찰이 대대적인 경계에 돌입했다.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의 경우 티베트 독립 및 중국 내 인권과 관련해 항의시위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워싱턴에 근무 중인 경호요원 전원이 차출돼 뉴욕으로 집결했다.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은 6천명 뉴욕시 경찰에게 시간외 임금 8백만달러를 지불할 예정이다.

행사기간 중 뉴욕의 관문인 존 F 케네디 국제공항과 유엔본부 주변은 각국 대통령 호송으로 교통지옥이 예상되고 있으며 유엔본부 앞길은 지난 주말부터 출입증이 없는 일반인의 통행이 전면 차단됐다. 유엔본부 앞을 흐르는 맨해튼 이스트 강의 선박통행도 전면 금지됐다.

이번 대회의 경호 대상자는 총 2백45명이며 이 중 고도 경호를 요하는 대통령은 18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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