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아시안게임 발전기금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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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부산시가 2002년 아시아경기대회와 관련해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약속했다는 발전기금 3천5백만달러 문제가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

지난 7월 OCA의 이행계획 문의에 대해 부산시가 난색을 표하자 지난달말 OCA 회장이 집행위원회에서 개최권 박탈가능성을 밝힌 데 이어, 최근 OCA는 이같은 입장을 담은 공문을 부산시에 보내왔다. OCA는 이행기한을 10월 말까지로 못박고 있다.

결론부터 말해 OCA가 개최권을 박탈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지만, 이번 사태에 대처하는 부산시의 자세를 보면 국제적 망신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문제의 발전기금 성격은 부산시와 OCA의 해석이 상반돼 논란을 빚을 수 있다. OCA 발전기금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아시안게임 개최국이 의무적으로 마케팅 수익금의 3분의1을 내놓도록 헌장에 규정한 발전기금과 회원국이 기부하는 특별 발전기금이다.

그런데 유치 당시 "마케팅과 스폰서를 통해 3천5백만달러를 내놓겠다" 고 한 김기재(金杞載)시장의 발언을 놓고 OCA는 특별 발전기금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부산시는 헌장 발전기금이라는 주장이다.

부산시는 마케팅과 스폰서를 통해 1억5백만달러의 수익금이 예상되므로 그 3분의1을 발전기금으로 내겠다는 의미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유치 당시의 상황을 보면 부산시의 주장에는 허점이 없지 않다. 金시장의 발언에는 'OCA 헌장' 이나 '3분의1' 등의 언급이 없다.

또 당시 부산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 대만 가오슝(高雄)이 특별 발전기금 5천만달러 제공을 약속한 점으로 미뤄 OCA의 주장이 억지라고만 보기 어렵다.

지금은 사태를 슬기롭게 해결하고 아시안게임 준비를 차질없이 진행할 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부산시는 발전기금 성격 논쟁만 벌이며 해결노력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자칫 사태가 감정싸움으로 번질 경우 OCA의 엄포가 엄포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IMF사태 등 대회 유치 후 어려워진 여건 등을 들어 OCA를 설득하면 조정이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국제 스포츠계의 관행도 그렇다. 부산시는 혼자서 짐을 안고 끙끙거릴 것이 아니라 스포츠외교 경험이 많은 조직위원회와 협조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야 한다.

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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