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프라피룬' 풍속으론 역대 최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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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태국어로 '비의 신' 이란 뜻의 제12호 태풍 프라피룬은 바람도 강했다. 바람의 세기로만 보면 우리나라를 찾은 역대 태풍 가운데 최강급이다.

31일 오후 전남 흑산도에는 초속 58.3m의 강풍이 불었다. 기상 관측 이래 가장 센 것이다. 종전까지는 1992년 9월 태풍 테드로 인한 울릉도의 초속 51m가 기록이었다.

육상도 마찬가지여서 해안에 가까운 제주 한라산의 22.5m를 비롯해 목포 21m.여수 20m 등 전남 남해안 지역은 초속 20m 안팍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전남 완도군에서는 선착장에 계류 중이던 화물선이 밧줄이 끊기면서 바다로 밀려갔으며, 전신주가 넘어져 정전사태를 빚기도 했다.

태풍은 바람 세기에 따라 '매우강.강.중.약' 으로 나누고, 미치는 범위(규모)에 따라 '소.중.대.초대' 로 나눈다.

프라피룬은 범위면에서 중급 규모지만 강도면에서 중심부근 최대 풍속이 초속 36m에 달하는 '강한 태풍' 이다.

올들어 발생한 태풍 중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던 카이탁과 볼라벤의 중심부근 최대 풍속은 초속 23m 정도였다.

특히 카이탁과 볼라벤은 목타는 대지에 1백㎜ 정도의 비를 뿌리고 별 피해없이 물러가 '효자태풍' 이란 별칭까지 붙었다. 반면 프라피룬은 강한 바람과 함께 많은 비를 몰고 와 피해가 컸다.

프라피룬은 대만 남동쪽 해상에서 발생할 당시에는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바다를 따라 북상하면서 세력이 강화됐다.

홍콩 앞바다에서 잠시 정체됐을 때는 중심부근 풍속이 초속 18m에 불과했으나 우리나라에 접근하면서 25m, 36m로 점차 강해졌다.

높은 수온으로 인해 해수면으로부터 에너지를 계속적으로 공급받았기 때문이라는 게 기상청의 분석이다.

풍속이 초당 20m일 경우 바람을 향해 몸을 30도 정도 굽히지 않으면 서 있지 못한다. 초당 30~40m면 목조가옥이 무너지거나 작은 돌들이 날아다닌다.

초속 45m 이상의 강풍을 동반했던 태풍은 테드와 함께 베라(86년).사라(59년).올가(99년)등이 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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