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풍금’ 연출 오만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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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에서 배우에겐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있죠. 하지만 연출자는 자신의 주관을 더 적극적으로 드러낼 수 있잖아요. 밑그림부터 색칠까지, 작품을 완성해가는 과정이 즐거워요. 제가 원래 공연할 때보다 연습 시간을 더 좋아하거든요. 하하.”

방송과 무대를 종횡무진 하는 오만석이 이번엔 뮤지컬 연출자로 나섰다. 작품은 16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 올려지는 ‘내 마음의 풍금’(이희준 작). 2008년 초연 당시 그가 주연(강동수 역)을 맡았던 작품이다.

“2007년 여름, 30분 만에 대본을 다 읽고 선뜻 출연을 결정했어요. 당시 드라마 ‘왕과 나’에 출연 중인 데다 1년 후에야 무대에 올려질 작품인데 전혀 망설이지 않았죠.”

그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은 이 작품의 매력은 바로 아날로그적인 감성. 현재 일일드라마 ‘다함께 차차차’에 주인공으로 출연중이어서 무리가 되는 스케줄이었음에도 연출을 자청하고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시즌2(2009년 4월)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감성으로 살짝 넘어가는 듯했어요. 객석에서 지켜보면서 안타까웠죠. 그만큼 애착이 가는 작품이에요.”

이를 위해 그는 이번 시즌3에서 홍연 중심의 시즌 1·2와 달리 동수의 비중을 키우고 드라마를 강화했다.

“인물과 인물과의 관계, 심리변화를 좀더 섬세하게 표현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동수와 홍연이 처음으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는 5막에선 재미 위주의 넘버를 빼고 두 사람의 감정 흐름에 무게를 뒀다. 넘버 ‘웃는 이유’와 ‘봄이다, 그치?’도 과감하게 뺐다. 암전을 줄이는 대신 장면과 장면이 유기적으로 전환되도록 소품 활용과 무대 배치에도 변화를 줬다.

“남녀 주인공의 성장 드라마예요. 나이는 많지 않지만 선생님답게 보이려고 애쓰는 스무세 살 동수와 자신이 아가씨인 줄 모르고 동심 속에 사는 열여섯 살 홍연이가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을 세밀하게 담고 싶어요.”

인터뷰 중 그는 ‘자연스런 성장’을 여러 번 강조했다. 연습실에서 배우들에게 하는 주문이기도 하다.

“제가 출연했던 작품이어서인지 아무래도 연기에 자주 간섭하게 되더라고요. 간혹 (동수 역의) 이지훈과 강필석이 바쁘면 제가 연습에 대신 투입되곤 해요. 하하.”

연출 욕심 못잖게 그는 이번 작품의 캐스팅에도 꽤 신경을 썼다. 두 차례의 오디션을 거쳐 뽑은 홍연 역의 정운선에 대해 그는 “홍연스럽다”며 “무대 경험이 적어 춤과 노래 부분이 다소 약하지만 홍연의 섬세한 감정 표현이 기대 이상”이라고 만족해 했다.

감각적인 이지훈은 시즌2보다 성숙된 연기를, 인물탐구에 진지한 강필석은 또다른 ‘강동수’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다.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참신하다’ ‘산만하다’는 극과 극의 평가를 받았던 그의 첫 연출작 ‘즐거운 인생’(2008년)에 대해선 “작품을 풀어내는 기술에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작품 자체는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이어 “‘즐거운 인생’과 ‘내 마음의 풍금’은 어법이나 풀어가는 방식이 다른 작품”이라며 “앞으로 탈장르의 연출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내 마음의 풍금’은 1999년 이병헌·전도연 주연의 동명 영화를 뮤지컬로 만든 무비컬이다. 초연 당시 한국뮤지컬 대상 최우수작품상·극본상·연출상 등 6개 부문을 석권했다. 이번 공연은 2월 21일까지.

[사진설명]‘내 마음의 풍금’ 연출자로 나선 오만석은 “막이 내릴 즈음, 관객들에게 첫사랑과 어린 시절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의= 02-744-2588

< 김은정 기자 hapia@joongang.co.kr >

< 사진=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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