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쪽이든 답이 쉽게 나올 수가 없다. 깊숙이 들어갈 경우 난해한 사활 문제에 봉착하는데 수읽기가 너무 어렵고 피곤하다. 직감적으로 죽음이 70이고 삶이 30쯤 되는 것 같다. 딩웨이는 계시원의 초읽는 소리에 꿈에서 깨어나듯 116으로 날아갔다. ‘옥쇄’ 대신 ‘계산’을 선택한 것이다. 이게 치명적인 오판이었다.
사실상의 승부가 이 순간 결정됐다. 박영훈 9단의 표현에 따르면 백은 ‘눈 감고’ 한 발 더 들어가야 했다. 바로 ‘참고도’ 백1을 말하는 것인데 이 경우 흑도 필사적으로 백을 잡아야 한다. 사는 것은 물론 힘들다. 안에서 두 집 내기도 어렵고 연결도 어렵다. 하지만 상대에게도 이 길은 두렵다. 그에 비해 실전은 너무 쉽다.
지그시 눈을 감은 듯 기다리고 있던 이창호 9단은 마지못한 듯 117 받아 두 점을 잡았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