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영주 '선비촌' 운영업체 선정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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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와집·누각 등 전통가옥 76채로 이뤄진 영주시 순흥면 선비촌. 조문규 기자

영주시 순흥면 '선비촌'의 운영업체 선정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시민단체가 "시의 업체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자 조사를 벌인 영주시의회도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의 유교문화권 개발사업의 하나로 건립된 선비촌은 1997년 착공돼 지난달 22일 문을 열었다. 5만7700여㎡의 터에 기와집 15채, 초가 13채와 누각 등 76채로 이뤄져 있다. 사업비는 164억원. 이곳 20여개의 방은 유교문화 체험을 위해 관광객의 숙소로 개방되고 있다.

◆ 논란=영주시의회는 지난달 24일 '선비촌 운영업체 선정에 대한 행정사무조사'결과를 통해 "(선비촌 운영업체 선정) 절차는 중대하고 명백한 오류가 있어 원인 무효와 취소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시의회는 "채점표가 잘못되었다면 재시험을 시행하는 것이 상당하다"며 재선정 절차를 밟을 것을 권고했다. 이는 선비문화연구회 등 영주지역 12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선비촌살리기 시민연대'(집행위원장 류춘식)의 주장과 일치하는 것이다.

논란은 지난 7월 30일 선비촌 위탁운영업체 모집에 제안서를 낸 8개 업체를 심사해 영주시에 있는 ㈜K개발을 시가 선정하면서 시작됐다. 선정업체는 입장료를 징수하고 숙박업을 하면서 선비촌내 음식점.기념품판매장(12개)을 운영할 수 있어 연간 5억원 안팎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업계는 추정했다.

탈락업체와 일부 시민단체는 "심사위원 구성이 잘못됐고, 평가 항목별 배점도 이해할 수 없다. 시가 이 업체에 높은 점수를 주기 위해 항목과 배점을 조정한 의혹이 있다"며 시민연대를 만들어 무효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8명의 심사위원 가운데 4명이 공무원이고, 나머지 1명도 시의 법률자문을 하는 사람이어서 균형을 잃었다며 심사위원 구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법인형태'평가에서 문화사업 경험이 많은 사단법인에는 3점을 준데 반해 관련 사업을 한 적이 없는 주식회사에는 5점을 배정한 것도 의문점으로 들었다.

'관련사업 운영 실적'평가에서도 실적이 전혀 없는 업체에 3점(1년 이상 운영업체는 5점)을 주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배점을 했다는 것이다. 애초 신문공고를 통해 운영업체를 모집키로 한 방침과 달리 시청 인터넷 홈페이지에만 공고한 것도 의심스럽다고 주장하고 있다.

류 위원장은 "이는 시가 '전문성.창의성을 갖추고 관련시설 운영경험이 있는 법인이나 개인에게 선비촌 운영을 위탁하겠다'는 애초 방침과 동떨어진 것"이라며 "시는 업체를 다시 선정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영주시의회는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달 3일 '선비촌 민간위탁운영자 선정에 대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심사위원과 탈락업체 등을 조사했다.

◆ 영주시 입장=시 관계자는 지난달 24일 "일부 오해가 있는 부분도 있지만 심사는 공정하게 이뤄졌다"며 "선정 결과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심사일 9명의 위원 중 민간 전문가 1명이 나오지 않았고, 선비촌의 건립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업체를 뽑으려다 보니 해당 분야 공무원이 다소 많았다"고 해명했다. 배점에 대해서도 "선비촌의 정상적인 경영을 위해 주식회사에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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