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탈레반 연대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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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기지 테러범 후맘 칼린 아부무랄 알발라위의 동영상은 9일(현지시간) 아랍위성방송 알자지라를 통해 공개됐다.

알카에다의 이중첩자로 알려진 알발라위는 “우리의 지도자 메수드의 죽음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미국의 미사일 공격으로 사망한 탈레반 지도자 바툴라 메수드의 죽음을 보복하겠다는 것이다. 알발라위의 곁에는 바툴라 메수드의 후임인 하키물라 메수드가 앉아 있었다.

이 동영상은 공개 직후 서방 정보분석가들 사이에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알카에다를 위해 활동해 온 것으로 보였던 알발라위가 실상은 탈레반을 위해 테러를 자행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알카에다와 탈레반은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지만 태생과 성격이 다르다. 알카에다는 오사마 빈라덴이 조직한 국제 테러 네트워크다. 지역별 소수 점조직으로 운영된다. 반면 탈레반은 1996~2001년 아프간을 지배했던 무장 정치조직을 모태로 한다. 미국에 의해 축출된 뒤 아프간·파키스탄 접경에 숨어 반정부 저항 공격을 벌이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대규모 군벌에 가깝다.

더구나 동영상에 나온 탈레반 ‘메수드 분파’는 ‘파키스탄탈레반운동(TTP)’으로 불린다. 파키스탄 남와지리스탄을 근거지로 주로 파키스탄 내에서 테러공격을 벌이고 있다. 파키스탄 북와지리스탄에 숨어 국경 너머 아프간 주둔 미군을 공격해 온 ‘하카니 분파’와는 별개 세력이다.

FT는 이와 관련, 한 파키스탄 군사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아프간·파키스탄의 탈레반 그룹들이 미국에 대항하는 연합전선을 구축하도록 알카에다가 돕고 있음을 보여 주는 진전된 증거”라고 보도했다. ‘탈레반의 복수’를 천명한 알발라위가 정교한 자폭 테러, 동영상을 이용한 선전·선동 등 전형적인 ‘알카에다식 수법’을 사용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알발라위 동영상이 촬영된 날짜가 지난해 12월 20일이란 점도 논란이 됐다.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예멘 내 알카에다 조직의 사주를 받은 여객기 테러 미수 사건이 발생하기 5일 전이다. 알발라위는 동영상에서 “미국 안팎에서 복수를 감행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 CNN은 “만약 알발라위가 여객기 테러 계획을 알고 있었다면, 이는 탈레반과 알카에다가 이전에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긴밀히 협력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바마 “예멘 파병 안 해”=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0일 알카에다의 새 근거지로 주목받고 있는 예멘에 미군을 보낼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오바마는 잡지 ‘피플’과 인터뷰에서 “예멘·소말리아 같은 국가의 경우 국제사회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중동·걸프지역을 관할하는 미 중부군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 사령관도 같은 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예멘에 지상군을 보낼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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