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KCC 하승진·레더 ‘눈부신 고공합작 안 보면 섭섭할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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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하승진(왼쪽)과 테렌스 레더가 8일 열린 SK전 도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레더가 KCC로 옮긴 후 치른 첫경기다. 리그 최고의 센터 하승진과 레더의 만남은 프로농구 판도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KCC 폭풍’이 프로농구를 집어삼킬 기세다.

KCC는 지난 7일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에서 테렌스 레더(29·2m)를 영입했다. 그 효과가 무섭다. 레더가 가세한 뒤 2연승을 달렸는데, 10일 경기에서 모비스를 16점 차로 꺾으면서 공동 선두였던 모비스를 2위로 끌어내렸다. 3위 KCC는 모비스와 반 경기 차, 1위 KT와는 한 경기 반 차로 격차를 바짝 좁혔다.

KCC의 4라운드 성적은 8승1패다. 허재 KCC 감독은 “5라운드 전승을 못 할 것도 없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키 2m21㎝의 하승진과 레더의 조합은 예상보다 파괴력이 컸다. KT와 모비스가 양강체제를 이뤘던 프로농구 판도에 대지진이 일어날 분위기다.

◆하승진·레더·전태풍의 태풍경보=레더 효과는 두 가지다. 하승진이 버티고 있던 골밑에 힘을 더 보태 높이를 막강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공격력은 좋지만 팀 전체를 리드하는 데 애를 먹었던 혼혈 포인트가드 전태풍의 기를 살렸다.

특급 센터 두 명이 반드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건 아니다. KCC는 지난 시즌 초반 하승진과 서장훈이 공존하지 못해 삐걱댔고, 결국 서장훈이 전자랜드로 트레이드됐다. 이번 시즌 삼성에서는 레더와 이승준이 불협화음을 내자 결국 레더가 KCC로 옮기게 됐다.

그런데 하승진과 레더는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하승진은 골밑을 벗어나면 위력이 약해지는데, 그 약점을 레더가 넓은 활동반경으로 커버한다. 상대팀은 둘을 동시에 막을 해법을 찾기 어렵다. 허 감독은 “하승진과 레더 양쪽을 모두 더블팀 수비를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외곽에서 찬스가 나서 우리 경기가 잘 풀린다”고 설명했다.

레더가 들어오면서 전태풍도 신이 났다. 전태풍은 모비스를 상대로 3점슛 5개를 터뜨리고는 “레더 덕분에 3점슛 쏘기가 편해졌다”고 웃었다. 개인기가 뛰어난 전태풍과 레더의 호흡이 잘 맞아 이들의 2대2 플레이도 신바람을 내고 있다.

◆‘복장(福將)’ 허재 감독의 화룡점정=허 감독은 2008년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하승진을 뽑는 ‘대박’을 터뜨린 후 지난해 귀화혼혈 드래프트에서도 전체 1순위로 전태풍을 뽑았다. 이번 시즌 개막 직전 교체선수로 실력 좋은 ‘악동’ 아이반 존슨을 낚아채 짭짤한 효과를 보더니 결국 레더까지 품에 안았다. 농구팬들은 “허 감독의 복이 이제 인간 한계를 넘었다”며 아우성이다. 허 감독은 “내가 역시 최고의 복장 아니냐”며 껄껄 웃으면서도 “하지만 이러고도 우승 못하면 쫓겨날 것 같아 부담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KCC를 막을 유일한 팀은 KT라고 전망했다. 최인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KT가 센터 나이젤 딕슨을 잘 활용하면 KCC를 잡을 수도 있겠다”고 분석했다. 박수교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모비스는 2m 넘는 선수가 없어 높이 딜레마에 빠졌다.

반면 KT는 모비스와 확실히 다르다. 딕슨과 포워드들의 활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KCC와 KT는 27일 전주에서 격돌한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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