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소아암 이겨내고 소아암 환자 치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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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가 너무 힘들어 세브란스병원은 쳐다보기도 싫었는데 제가 이곳 의사가 되다니…."

연세대 신촌 세브란스병원 소아과에는 특별한 경험이 있는 전공의(레지던트)가 있다. '천사의 날'(10월 4일)에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서 올해 '희망천사상'을 받은 김남균(26.사진)씨가 그 주인공이다.

김씨는 자신이 일하는 병동의 환자들과 같은 병인 소아암에 걸려 1년2개월 동안 같은 곳에서 치료를 받고 병을 이겨냈다. 김씨는 중학교 2학년이었던 1993년 1월 '비호지킨스 림프종'이라는 소아암 진단을 받았다. 이 병은 림프절에서 발생하는 암의 일종인데, 김씨는 위와 소장에 종양이 생긴 경우였다.

위궤양 증세와 빈혈을 앓았고 소화장애로 제대로 먹지 못해 체중도 급격히 감소했다. 하지만, 김씨는 어른도 견디기 힘들다는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휴학 한번 하지 않았다. 중3 땐 일주일에 두세 번밖에 학교에 가지 못했지만 성적은 항상 상위권을 유지했다.

암과 싸우면서 김씨는 과학고에 진학해 물리학자가 되려던 꿈을 접었다. 그 대신 "의사가 돼 나처럼 병을 앓는 아이들을 고쳐주겠다"는 결심을 했다. 과학고 대신 일반고교에 진학한 그는 인하대 의대에 입학해 공부했다. 지난해 자신이 항암치료를 받았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인턴으로 합격, 현재 소아과 병동에서 레지던트로 일하고 있다.

"환자들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더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제가 병을 이겨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 기쁩니다."

김씨는 진료 때마다 어린 환자들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것을 잊지 않는다. 아이들도 김씨의 경험을 알게 되면서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고 한다. 지난달부터 두달간 서울 용산구 서계동 소화아동병원에서 파견근무를 하고 있는 김씨는 "소아암은 완치율이 높은 병"이라며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의 목표는 소아암 전문의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는 올해 처음으로 소아암을 이겨내고 사회에서 뛰어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주는 '희망천사상'을 만들었다. 올해 수상자는 김씨와 국제로봇 올림피아드에서 수상한 정원국(13)군, 서울대 법학과에 입학한 윤여형(20)씨, 유럽 최고봉 엘브루스(해발 5642m)를 등정한 이호(23)씨 등 네명이다.

글=민동기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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