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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달걀 두 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공자의 손자이자 저서 '중용(中庸)' 을 남긴 자사(子思)는 중국 전국시대 인물이다. 하루는 그가 섬기던 위공(衛公)이 장군감 추천을 의뢰해왔다.

자사는구변(苟變)이라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천거했다. 그러자 위공은 "구변은 전에 관리로 있을 때 한 집에 달걀 두 개씩을 배당해 거두어 먹은 일이 있다. 그를 등용할 수는 없다" 며 거절했다.

자사는 다시 설득했다. "성인이 사람을 쓰는 것은 마치 목수가 재목을 다루는 것과 같아서, 그 좋은 점을 살리고 나쁜 점은 버립니다. 버드나무.가래나무 따위 아름드리 좋은 재목에 몇자 썩은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훌륭한 목수는 결코 이것을 버리지 않습니다. 겨우 달걀 두 개 때문에 나라를 지킬 장수를 버리려 하십니까. "

십팔사략(十八史略)에 소개된 일화다. 같은 책에 사람을 등용하는 일에 관한 다른 이야기도 나온다.

명군으로 꼽히는 위(魏)나라 왕 문후(文侯)가 식객 이극(李克)에게 재상 후보 두 명을 내놓고 누가 적임자인지 물었다.

이극은 즉시 고관을 고르는 기준 다섯가지를 열거했다.

첫째, 집에서 평범하게 생활할 때 어떤 사람들과 사귀고 지내는가.

둘째, 부귀해졌을 때 어떤 일에 돈을 쓰고 어떤 사람에게 돈을 주는가.

셋째, 출세해 고관이 됐을 때 어떤 사람들을 채용해서 쓰는가.

넷째, 곤란한 일을 당했을 때 어떤 조치를 취하는가.

마지막으로, 빈궁하게 됐을 때 받아서는 안되는 금품을 받은 일은 없는가.

이극은 다섯가지 기준으로 살필 때 가장 적당한 인물이라며 위성(魏成)을 추천했고, 문후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어제 송자(宋梓)교육부장관이 거액의 시세차익.표절 등 몇가지 시비에 휘말린 끝에 취임 23일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실권주를 가지급금으로 매입해 16억원의 차익을 남긴 일 등이 다른 자리도 아닌 교육부의 수장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아득한 기원 전 중국에서도 '달걀 두 개' 가 문제됐을 정도니 충분히 수긍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모난 돌에 정 들이대기' '일단 흠집부터 내고 보기' 풍토도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정부의 인재 풀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극의 다섯가지 기준을 잘 헤아려 후임장관 인선에서나마 시행착오가 없길 바랄 뿐이다.

노재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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