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Start in Art] "우리도 뮤지컬 스타 같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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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육원 어린이들이 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뮤지컬 ‘크레이지 포 유’를 관람한 뒤 출연배우를 흉내내며 즐거워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기업들이 벌이고 있는 ‘문화나눔’ 운동 프로그램에 따라 공연에 초대받았다. 임현동 기자

"발 굴림이 손뼉보다 더 빨라요."

뮤지컬'크레이지 포 유'를 보던 김지혜(16)양의 눈이 동그래졌다. 배우들이 탭댄스를 추며 정신없이 바닥을 두들겼기 때문이다. 2일 오후 8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선 뮤지컬을 처음 본 어린 관객들의 탄성이 끊이지 않았다.

강원도 화천군 풍익보육원(아시아나 항공 담당)과 충남 금산군 향림원(금호건설), 경북 문경시 신망애육원(KT) 등에서 어린이 54명과 교사 6명이 이날 공연장을 찾았다. 극장 로비에선 아이들의 기념촬영이 한창이었다. 주연공들의 모습이 담긴 대형 포스터 앞에선 저마다 배우 흉내를 내기에 바빴다.

나눠준 티켓을 소중하게 매만지던 아이들은 극장 안에 들어서며 또 한 번 놀랐다. 전달호(16)군은 "이렇게 큰 극장에서 배우들을 직접 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공연기획사 측의 배려로 2층 R석에 좌석이 마련됐다. 막이 오르자 아이들은 엉덩이를 쭉 빼고, 앞 의자에 손을 올린 채 무대에 집중했다.

모두가 놀라움이었다. 화려한 의상과 조명, 무대 앞의 오케스트라. 코믹한 장면에선 "까르르"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들의 스스럼없는 반응에 관객들은 또 한 번 웃음을 터뜨려야 했다.

공연이 끝나자 아이들의 소감이 쏟아졌다. 뮤지컬을 처음 봤다는 이유미(16)양은 "춤추는 배우가 팔랑거리는 나비 같았다"며 "TV로 볼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고 말했다. 또 아이들을 인솔한 금산 향림원의 신현숙(34) 교사는 "얘들이 뮤지컬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며 "수업시간에 아이들과 직접 뮤지컬을 만들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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