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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봉에 부치는 김준태 시인의 '아아 한반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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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아 한반도,코리아 50년!

- 김 준 태(시인·조선대 초빙교수)

그랬구나 쑥대머리 귀신형용 50년 세월―

칠천만 겨레 그래도 어린 아이였구나

그래도 모두가 어린 아이로 살아왔구나

어머니의 젖무덤에 코를 박고 울어대는

아버지의 두 뺨에 젖은 얼굴 마냥 부비는

아아 한반도,코리아 50년의 순결한 아이들!

장독대에 핀 흰 접시꽃만 보아도 울더니

저문 하늘에 기러기만 날아와도 울더니

김정구의 눈물 젖은 두만강만 들어도 울더니

남인수의 가거라 삼팔선만 불러도 펑펑 울더니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만 흘러나와도 울더니

솔바람과 대바람이 총소리와 함께 짓이겨진 시절이여

하늘의 별과 달만을 벗삼아 그리움 달래던 우리들이여

그랬구나 만수산 드렁칡 가시밭길 50년 세월―

남북 칠천만 겨레는 아직도 어린 아이 그대로구나

불알이 훤히 보이는 밑 터진 무명베 바지를 입고

한강 다리에서 어머니를 기다리던 사내아이들이었구나

검정 고무신 행여 닳아질세라 두 손에 꼬옥 쥐고 맨발로

어미 메뚜기처럼 동생을 등에 업은 대동강 예쁜 계집애였구나

한반도,도깨비불 휘휘 날던 추풍령 고개 50년 세월―

그래도 늙지 않고 마늘과 고추 먹고 뛰어왔거니 아아 이들을

누가 아우를 돌로 쳐죽인 카인의 후예라 하던가 누가 바다에 몸을 던진

분단시대의 자식들이라 하던가 누가 웅크리고 살아왔던 구렁이 귀신이라

하던가 누가 이들을 에미애비 없는 후레자식이라 말할 수 있는가

‘아버지!’ ‘어머니!’ ‘오빠!’ ‘누이야!’ ‘아우야!’ ‘여보!’

50년 만에 처음으로 모국어를 배우는 초등학교 1학년생 영락없다

100세 어머니도 66세 아들도 서울대학교 교수도 김일성대학 교수도

굳세어라 금순아를 불렀던 흥남부두 영도다리 아버지도 어린 아이들!

오늘 듣는 남과 북의 순결한 울음소리 참으로 드높아 목이 메인다

아아 50년 그 사랑 그 배꼽의 질긴 탯줄―통일의 다리 놓았으니

님이여 오매불망 그리운 님들이여 아으 다롱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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