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상봉] 80대노모 북한 60대 아들 상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순환아! 너 보려고 못죽었다.

"엄마…엉엉엉. "

15일 오후 4시40분 서울 삼성동 코엑스 3층 이산가족 상봉장 29번 테이블.

위암 투병중이어서 휠체어에 몸을 맡긴 이덕만(李德萬.87.여)씨는 50년간 생이별했던 아들 안순환(安舜煥.65)씨가 다가오자 가슴 속에 쌓인 그리움을 일시에 쏟아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

침묵의 몇분이 지났을까. 정신을 차린 순환씨는 "어머님 큰절 받으십시오" 라며 아들로서의 죄송함을 표했다.

"너는 어떻게 살았니. "

"장군님 덕분에 놀아도 편하게 살아요. 다 돌봐줘요. 지금 집은 어디세요. "

"예전 그집에 그대로다.네가 혹시라도 돌아올까봐 옮기지도 못했어. "

"어머니 건강은 어떠세요. "

"건강은 좋다.난 괜찮아. 가족은 어떻게 되니. "

위암 말기 환자인 '놓친 '李씨는 투병 사실을 숨겼다.

"아들 셋에 딸 둘이에요?"

( 어머니의 휠체어를 가리키며) "왜 거기 앉아 계세요. "

(몸이 불편해 길게 말을 못하는 어머니 李씨를 대신해 순환의 여동생 순옥씨) "어머님이 관절염이 있어서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어요. 오빠를 만난다고 하니 하루하루 건강이 좋아지고 있어요. "

"아버님은 어떻게 돌아가셨나요. "

"10년 전쯤 노환으로 돌아가셨지. 네 아범은 생전에 '통일이 되면 순환이를 꼭 찾아야 한다' 고 말씀하시곤 했어. "

"묘소는요. "

"고향 뒷산에 모셨어. "

"제가 불효잡니다.

아버님. 흑흑. "

"이제 너를 봤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게 됐어. "

李씨는 열다섯 앳된 소년이었던 아들의 얼굴에 세월의 골이 깊게 팬 것이 안쓰러운 듯 연신 자식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강주안.하재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