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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롯데호텔' 정부가 나서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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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의료계 폐업으로 시민들의 고통이 심각하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지켜보는 국민들을 눈물바다로 몰아넣고 있다.

이런 대형 이슈 때문에 엄청난 폭발성을 가진 이슈가 묻혀 지나가고 있다.롯데호텔 파업 노조원들에 대한 경찰의 물리적 진압과 이와 관련한 민주노총의 움직임이 그것이다.

민주노총 산하 1천3백여 단위노조 대표들은 지난 7일부터 서울역에서 항의농성 중이다.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달 27일부터 20일째 '폭력진압에 대한 책임자 처벌(사과)과 실질적인 노사협상 보장' 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노사정위원장과 노동부장관이 바뀐 지 15일로 8일째지만 상황은 개선될 조짐이 안 보인다는 게 노동계 안팎의 지적이다.취임식 직후 두 사람은 곧장 농성장으로 달려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자" 고 제안했다.하지만 그 후 실무자들이 노사 양측을 별다른 성과없이 접촉하고 있을 뿐 달라진 게 없다.

호텔측은 파업 손실액이 4백억원을 넘었다며 불만이다.

정부는 오는 10월 서울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와 가을 관광시즌을 앞두고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한다. 미국.프랑스'.인도.호주.필리핀.홍콩.스위스' 등 외국 주재 한국대사관 앞에서 외국 노동단체들의 항의집회가 잇따르고 있으며 국제식품호텔노련(IUF).국제공공노련(PSI) 등 4개 주요 국제산별노련도 물리력을 동원한 진압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놓고 있다.

'파업이 2개월이 넘도록 장기화하고 있는 데 대해 정부의 조정능력과 의지에 고개를 젓는 관계자들이 늘고 있다.'노동계도 호텔측도 정부가 나서서 중재해 주길 바라고 있다.그러나 정부는 노조의 양보를 기다리며 시간을 벌려는 듯한 인상이다.문제는 휴가철이 끝나는 이달 말부터 노동계가 요동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더구나 올 하반기에는 노동시간 단축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조전임자 문제와 공공부문 구조조정이란 난제가 기다리고 있다.

롯데사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이 강경자세를 누그러뜨릴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민주노총 일부 관계자들은 "가을에 두고 보자" 고 말하고 있다.방관하는 듯한 정부의 태도에 감정이 뒤틀린 것이다.

그 때 가서 후회하지 말고 정부는 지금이라도 사태 해결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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