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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산에 들었습니다 사람을 느꼈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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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백두대간 중에서 백미가 되는 구간을 꼽아준 건, 백두대간 6차례 종주 경력의 이종승(65·사진·승우여행사 대표)씨다. 그가 강원도 정선 백운산에 올라 백두대간 자락을 바라보고 있다.

연중 기획 ‘백두대간 속 백미구간’이 긴 여정을 마치고 끝을 맺습니다.

3월 말 서리 내려앉은 속리산을 남궁연씨와 오른 뒤로, 매달 백두대간 중에서도 백미로 꼽히는 구간을 유명 인사 모시고 올랐습니다. 꽃 피는 봄에는 국내 최대의 야생화 군락지 금대봉을 거닐었고, 비 내린 다음 날 새벽엔 지리산에 올라 장엄한 노고단 운해를 내려다봤고, 눈 내리는 겨울엔 태백산에서 눈보라를 맞았습니다.

기억에 남는 건, 뭐니 해도 고생을 함께했던 열 분의 동행이었습니다. 남궁연·낸시 랭·공지영·오지철·박남준·인순이·김훈·이참·최희섭·조훈현씨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산행이 서툴러 유난히 힘들어 했던 공지영·낸시 랭·남궁연씨 세 분, 특히 고맙습니다. 모두 사고 없이 산행을 마쳐 주셨습니다.

지금 와서 보니 일도 많았습니다. 낸시 랭씨와 최희섭 선수는 산에서 주고받은 허물 없는 대화가 여과 없이 지면에 소개되면서 난데없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본의 아니게 누를 끼쳤습니다.

노고단 일출에 맞추기 위해 새벽 2시에 일어났던 박남준 시인은 겨우 한두 시간 수면을 감내했고, 남궁연씨는 “산 좋아하는 집사람이 함께 산에 가자고 툭하면 바가지를 긁는다”며 요즘도 하소연을 늘어놓습니다. 공지영씨는 한밤에 숙소 천장에서 물이 새는 바람에 한바탕 소동을 치렀고,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소백산에서 내려오자마자 등산복 차림으로 제주도 출장을 떠났습니다. 김훈씨는 week&과 문경새재를 다녀온 다음 달 독자들과 함께 그 고개를 다시 넘기도 했습니다.

동행 중에서 1등 산꾼은 역시 최희섭 선수였고, 백두대간 종주 경험이 있는 이참 사장과 자전거로 전국을 훑고 다닌 김훈씨, 성격이 급해 걸음도 빠르다는 조훈현씨도 늘 일행보다 서너 발짝 앞장서 걸었습니다. 집 근처 야산에서 체력을 키운다는 인순이씨는 “코스가 너무 쉽다”며 되레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지요.

큰일을 마쳤다는 기분에 취해 딴에는 뿌듯하기도 하지만, 사실 week&이 밟은 백두대간은 보잘것없습니다. 백두대간 남한 쪽 구간(약 680㎞)의 10분의 1 남짓 다녀왔을 뿐이니까요. 계산해 보니 한 번 산행 거리가 평균 10㎞가 못 되더군요. 이 10㎞에는 백두대간 진입로가 포함돼 있어 실제로 백두대간 마루금을 밟은 건 정말 얼마 되지 않습니다. 산을 사랑하는 많은 분 앞에서 부끄러운 기록이지요.

그러나 애초의 기획 의도는 끝까지 지켜냈다고 자부합니다. 우리네 산의 참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week&의 초심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날씨가 좋든 나쁘든, 코스가 험하든 평탄하든, 동행 열 명은 함께 땀을 흘렸고 함께 걸음을 옮겼습니다. 유난히 하늘이 파랬던 6월 말, 초록 물결 출렁이는 덕유평전에서 오지철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한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산이 좋은 건 산에선 모두가 똑같아지기 때문입니다. 지위고하가 산에선 다 소용이 없지요. 그 누구라도 똑같이 난 길을 똑같이 걸어야 합니다.”

끝으로 이번 기획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해준 LG패션 라푸마팀과 승우여행사에 감사 드립니다. 아니 진정 감사한 상대는 따로 있습니다. 대장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게끔 그 큰 품을 내준 백두대간입니다. 한반도를 지탱하는 이 거대한 중추 앞에서 진심으로 고개를 숙입니다.  

글=손민호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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