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미성년자 부자' 몸집 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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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코스닥 기업인 경동제약 대표의 아들(18)은 지난 11일 종가 기준으로 아버지 회사의 주식 14억6천만원어치를 가진 재력가가 됐다.

지난해 6월 말에는 3억원에 불과했으나 1년여 동안 거의 5배로 불어났다.

보유주식 수도 1년 전 1만주 정도였으나 지금은 20만주에 육박한다.

이에 따라 지분율도 1% 미만에서 2.9%로 높아졌다.

대신개발금융의 경우 주요 대주주의 아들(7)이 지난해 30억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했으나 올들어 16, 13세인 두 딸도 주식 1만8천주를 갖게 돼 6월말 현재 이들 세남매가 지닌 주식의 시가총액은 40억원에 육박한다.

올해에는 케미그라스 대표의 친인척인 세살배기 L양이 주주로 등록돼 '최연소 코스닥기업 주주' 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이처럼 미성년자 코스닥 갑부의 수와 재산이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14일 한국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코스닥 등록기업의 미성년자 주주들의 지난 6월 말 현재 보유주식은 1천1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말 미성년자 보유주식(4백20억원)의 2.4배에 달하는 수치다.

코스닥의 미성년자 주주 수는 올 상반기 현재 99명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1명이 늘어났으며, 미성년자를 주주로 둔 코스닥기업 수 역시 31개에서 45개로 증가했다.

또 지난해 미성년자 코스닥기업 주주 60명의 재산은 올 상반기 들어 90억원이 늘어났다.

미성년자 1인당 평균 1억5천만원씩 재산이 증가했다는 얘기다.

미성년자 주주의 보유주식 수도 올 상반기 6백77만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배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코스닥 등록 이전에 자녀들에게 증여 형식으로 주식을 부여한 경우가 많았다" 며 "액면분할이나 유.무상 증자 등을 통해 미성년자의 주식보유도 늘어났다" 고 말했다.

그는 또 "미성년자 주식보유는 법적인 제약은 없다" 며 "물론 주식 취득과정에 관한 납세 시비가 일기도 하지만 증여.취득 경위가 낱낱이 기록되므로 탈세는 있을 수 없다" 고 밝혔다.

해당 기업들 역시 "미성년자들의 회사 주식보유는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 고 강조했다.

코스닥위원인 숭실대 장범식(기업금융)교수는 "과거에는 재벌들이 자녀에게 미상장 주식을 준 뒤 상장과정을 거치면서 증여세를 적게 문 경우가 많았다" 면서 "그러나 대부분 나이가 젊은 코스닥 기업 대표들이 과거 재벌들의 사례를 답습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장교수는 그러나 "자녀들에게 주식을 부여하는 코스닥 기업의 대표들은 오해를 사지 않도록 세법 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거쳐야 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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