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아프리카 고아 돕는 여대생 바리스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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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숙명여대 3학년 이슬기(23·정치외교학)씨는 요즘 축구공 고르는 재미에 빠져 산다. 공을 선물 받을 케냐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미소를 짓게 된다. 이씨는 “축구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꿈을 키우는 데 있어 중요한 운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축구공과 함께 학용품, 의류 등을 아프리카에 보낼 계획이다.

그의 새로운 쇼핑 습관은 1년 전 경험에서 비롯됐다. 숙명여대의 아프리카 탐방 프로그램을 통해 케냐 카욜레(Kayole)시를 방문했다. 수도인 나이로비 인근에 있는 대표적인 빈민 거주지다. 이씨는 그곳에 있는 셰퍼드 고아원에서 케냐 어린이들의 비참한 현실을 만났다. 2006년 세워졌다는 고아원 건물은 황량한 사막 위에 천막 한 장과 벽돌로 칸막이를 친 게 전부였다.

이씨는 “어린 친구들이 고아원 마당에서 너덜너덜한 축구공을 차면서 해맑게 웃고 있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했다.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스포츠와 교육은 가난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다.

케냐를 다녀온 학생 등 30여 명이 모여 동아리 ‘SUA’를 만들었다. ‘아프리카여 일어서라(Stand Up Africa)’라는 뜻이다. SUA는 지난해 10월, 11월 두 차례 일일찻집(사진)을 열었다. 현지에서 사온 원두로 테이크아웃 커피를 만들어 팔아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돕는 ‘바리스타’가 되기로 한 것이다. 국내에 있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서 현지 전통 과자인 ‘친친’을 만드는 법도 배웠다. 이렇게 해서 셰퍼드 고아원에 보낼 성금 240만원을 모았다. 지난해 10월 1차로 100만원을 케냐로 송금했고, 축구공 등을 산 20만원을 제외한 120만원을 이달 중 송금할 예정이다.

현지 구호단체 측은 “숙대생들이 보내준 돈으로 쌀 62㎏, 소금 5㎏, 화장지 6상자 등 고아원에 필요한 용품을 전달했다”는 편지를 보내왔다. SUA 회원들은 앞으로 서울 시내 대학들을 돌면서 일일찻집을 열기로 했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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