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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해변으로 가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밤이 오면/모래 사나이가 온다네/스르륵 스르륵 모래 흘러내리는 소리를 내며/조용히 스며들어 온다네' (남진우의 시 '모래 사나이' 중)

통신 동호회에서 왕따를 당하고 쫓겨난 모래 사나이 '샌드맨' . 그는 호화 별장이 있는 여름 남해 바닷가로 통신 멤버들을 불러들인다.

설마 샌드맨이 불렀으리라 짐작 못하는 아이들이 바다가 주는 매력에 흠뻑 젖을 즈음, 순진한 표정으로 가장한 샌드맨은 통신의 익명성과 일회성을 악용한 그들을 하나씩 죽이기 시작한다.

스르륵 스르륵 모래를 가르며 걸어와 가위로 목을 자르고, 칼로 정수리를 내리 꽂고, 손가락을 사정없이 동강내면서….

영화 '해변으로 가다' 는 장르 본연에 충실한 공포영화다.

살아 숨쉬는 현실의 인물인 살인자, 칼.가위.도끼 등 흉칙한 무기로 공포의 상승효과를 노린다는 점에서 슬래셔 무비라 할만하다. 그러나 영화가 선사하는 공포는 여러 가지로 익숙하다.

일주일 먼저 개봉된 공포영화 '가위' 와는 동아리 회원인 젊은이 7명이 등장하고 그 멤버에 의해 살인이 이뤄진다는 줄거리가 비슷하고, 흉기로 사람을 죽이는 장면은 슬래셔 무비의 선배격인 '13일의 금요일' 이나 '버닝' 을 연상케 한다.

'스크림' 시리즈를 본 이라면 그와도 비슷하단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김현정.이현균.이승채 등 신인들이 주연을 맡아 분투하지만 어딘가 꽉 찬 느낌이 덜하고 연기자들만 있고 피서객은 없는 여름 바다가 썰렁해 보인다.

김인수 감독의 첫 작품. 12일 개봉.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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