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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학농구 최진수 NBA 꿈 잠시 접고 … “한국서 뛸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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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미국프로농구(NBA) 진출을 노리고 2004년 미국에 조기 유학을 떠났던 최진수(21·2m3㎝·메릴랜드대·사진)가 5일 한국에 돌아오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소속 팀이 지난해 미국대학스포츠위원회(NCAA) 농구 1부 리그에서 64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등 미국 무대 성공 신화를 써 가는 듯했다. 그러나 출장 시간이 많지 않은 데다 “학업 등에 대한 스트레스가 커서 대학을 중퇴하고 국내 복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최진수는 미국 상황이 정리되는 대로 이달 중순 귀국할 예정이다. 그는 “NBA 진출을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지만 일단 한국 농구에서 실력을 쌓은 뒤 다시 도전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국 농구의 재목=최진수는 2006년 한국 농구 사상 최연소인 17세에 국가대표팀에 선발된 한국 농구의 기대주다. 2m가 넘는 선수가 1m80㎝대 선수처럼 빠르게 뛰어다니고 슛도 좋다. 지난해 존스배 국제농구대회(대만)에서는 상대 거구 센터를 앞에 두고 덩크슛을 때렸고, 수비 리바운드를 잡아 혼자 치고 들어가 골까지 넣는 화려한 플레이도 펼쳤다. 이전에 국내 선수들에게선 보지 못했던,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다이내믹한 농구를 한다.

경기 수준 향상을 외쳐 온 한국농구연맹(KBL)은 최진수의 복귀 소식에 대환영이다. 농구계에선 최진수가 하승진이나 전태풍 정도의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본다. 적응 기간을 거치고 나면 김주성급 이상의 활약도 기대하고 있다. 올해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위해서도 최진수가 빨리 적응해야 한다고 KBL은 보고 있다. 김유택 오리온스 코치의 친아들이라는 사연도 팬들의 흥미를 끌 부분이다. 김 코치는 “우리 팀이든 다른 팀에서든 선수와 코치로 만나 경쟁하거나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드래프트 참가는 불투명=2월 3일 열리는 드래프트에 그가 참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드래프트 신청 기간이 지났기 때문이다. 최진수의 양아버지 최성일씨는 5일 KBL을 찾아 특별 배려를 부탁했다. 그러나 KBL 이사회에서 최진수를 위해 예외를 허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더구나 드래프트 후순위 6개 팀은 강력 반대다. 하위 순번인 KCC의 정찬영 사무국장은 “정해진 규정을 깰 명분이 전혀 없다. 최진수는 1년을 기다리면 된다”고 말했다. KT&G 김호겸 사무국장은 “최진수를 뽑으면 좋겠지만 원칙이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1년간 농구 못 하는 상황 올 수도=이번 드래프트 참가가 무산될 경우 최진수는 1년을 쉬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뛸 기회가 별로 주어지지 않고 국내 대학 편입은 학점이 모자라 불가능하다. 새로 대학에 입학하는 것도 전형 기간이 지나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최진수 측은 “메릴랜드대에 다니면서 국가대표에 나오느라 학점을 따지 못한 사정도 감안해 줬으면 좋겠다. 1년 동안 쉬면 실력이 줄어들 게 뻔한데 한국 농구의 국제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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