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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t 물탱크가 강풍 때 중심 잡아 … 진화하는 초고층 안전 기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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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세계 최고층 건물 부르즈 칼리파 완공을 계기로 초고층 건물의 안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초고층 빌딩의 안전성은 일반 아파트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의 의견이다. 포스코건설 기술연구소 김현배 상무는 “초고층 빌딩에는 건축물을 안전하게 지탱할 수 있는 첨단기술이 숨겨져 있어 자연재해나 화재가 발생해도 안전에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 잇따라 건설되고 있는 초고층 주거용 건물의 또 하나 볼거리는 각종 최첨단 공법이다. 건물 높이만큼이나 안전성 확보가 최우선인 만큼 건물마다 바람·지진·화재 등에 대비한 다양한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어서다.

초고층 건물의 무게를 받치는 첫 번째 안전판은 고강도 콘크리트다. 일반 콘크리트에 비해 강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것으로, 엄청난 건물 무게와 화재·강풍·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해준다. 부르즈 칼리파에는 ㎠당 800㎏의 무게를 견디는 고강도 콘크리트가 사용됐다. 이는 국내 일반 아파트에 사용되는 강도의 세 배가 넘는다.


강진과 강풍을 견디는 능력은 초고층 건물의 생명이다. 지상 20m에서 초속 5m의 바람이 250m 높이에서는 12m가 될 정도로 높을수록 바람의 세기는 강해진다. 이에 따라 초고층 빌딩들은 바람에 따라 건물이 약간 흔들리도록 설계된다. 옥상에 큰 쇠구슬 모양의 추를 달거나 대형 물탱크를 설치해 강풍과 강진에도 균형을 잡도록 하는 것이다. 대만 타이베이101 빌딩에 있는 지름 6m의 황금색 원형 강철이나, 송도 더샾 퍼스트월드 상층부에 있는 U자형 물탱크가 이런 사례다.

부르즈 칼리파 역시 꼭대기층이 폭 1.2m까지 흔들리도록 설계됐다. 여기에다 높은 층으로 가늘어지는 외관과 중간중간 뚝뚝 끊긴 건물 형태도 바람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바람이 한 곳에서 강한 회오리를 일으키지 않고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도록 한 것이다.

송도 국제도시에 지어지는 305m 높이의 동북아트레이드타워(65층)도 건물 외관에 변화를 줘 바람의 영향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1층은 사다리꼴, 상층부는 삼각형 평면을 이루도록 설계해 바람과 지진의 영향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두산건설이 일산 탄현동에 짓는 주상복합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는 200m 상공에서 초속 108m의 강풍과 리히터 규모 6.0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화재에 대비하는 방법도 다양하게 동원된다. 두산건설이 부산 해운대에 짓고 있는 주상복합아파트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최고 80층, 300m)에는 국내 최초로 비상대피 공간을 3개 층마다 확보한다. 평소에는 공중 정원으로 쓰다 불이 나면 대피 공간으로 활용된다. 이 건물은 화재 발생 시 콘크리트가 고온에 노출돼 파열되는 ‘폭열’ 현상을 막기 위한 고강도 콘크리트 공법이 적용되고 있다.

◆초고층 건축의 경제학=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부르즈 칼리파를 국내 건축 기술로 지은 데서 확인되듯 우리나라의 초고층 건축 기술은 세계적이다. 시공 기술은 세계 최고인 일본을 바짝 쫓아갔고 설계엔지니어링 기술 수준은 세계 5~6위권이다.

서울시 조례는 초고층 빌딩을 50층 이상, 높이 200m 이상의 건축물로 규정한다. 세계적으로 이런 초고층 빌딩의 발주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15년까지 전 세계에 이런 빌딩을 짓는 데 560조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단순 계산상 초고층 빌딩은 경제성이 낮다. 건물을 높이 지을수록 건축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30~40층짜리 건물의 건축비가 3.3㎡당 400만~500만원인데 100층 이상은 3.3㎡당 1000만~1200만원이다.

건축비 부담에도 초고층 빌딩 건립이 잇따르는 건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는 지역에는 부대시설이 함께 들어선다. 부르즈 칼리파도 초고층 타워 주변에 호텔과 아파트가 어우러지는 도심이 만들어졌다.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크다. 10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은 그 자체가 관광 상품이 되기 때문에 유동인구가 크게 늘어난다. 거대한 신흥 상권이 생기는 셈이다. 초고층 빌딩을 도시 속 건물도시로 표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국내에도 100층 이상 빌딩 건립 추진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잠실제2롯데월드, 성수동 현대차그룹 사옥, 부산롯데월드 등 100층 이상의 프로젝트가 구체화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크고 기술력을 갖춘 만큼 초고층 건축 기술은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상품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지난해 초고층 건축을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철현·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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