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한국 "시드니 금 이상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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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7일(한국시간) 덴마크 브론비에서 벌어진 유러피언 그랑프리 양궁대회 남자 단체전 결승.

세계랭킹 1위 미켈레 프란질리가 이끄는 이탈리아가 옆 사대에 섰다.

한국 남자대표팀 맏형 오교문(인천제철)은 전날 개인전 결승에서 프란질리에게 1점차로 은메달에 그친 빚을 갚아주고 싶었다.

숨막히는 정적 속에 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대표팀 후배 장용호(예천군청)와 김청태(울산 남구청)도 오교문의 마음을 아는 듯 한발 한발 차분하게 화살을 날렸다.

결과는 2백55 - 2백39.16점차로 남자단체전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오교문은 이에 만족할 수 없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미국에 아깝게 패해 은메달에 그친 아픔이 되살아났다.

여자팀에 가려 스포트라이트 한번 받지 못했지만 시드니올림픽에서는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는 각오를 되새겼다.

한국은 김수녕.김남순.윤미진 트리오가 나선 여자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어 시드니올림픽 남녀 동반우승 전망을 밝게 했다.

8강전에서는 프랑스를 2백42 - 2백39로 제친 뒤 4강에서 우크라이나도 2백41 - 2백27로 여유있게 물리쳤다.

한국은 마지막 결승에서도 영국을 2백39 - 2백18로 가볍게 제치고 우승했다.

특히 '돌아온 신궁' 김수녕은 개인전과 단체전까지 석권, 은퇴를 번복하고 복귀한 이후 첫 출전한 세계대회에서 2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88년 서울올림픽 2관왕과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김수녕은 이름만으로 유럽 강호들의 기를 꺾어놓기에 충분했다.

한국 양궁이 시드니올림픽 전초전 격인 이번 대회에서 금 3.은 1개를 따낸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에 비유될 만큼 어려웠던 국내 선발전을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실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워낙 선수층이 두터워 여자부 세계랭킹 1위 이은경과 애틀랜타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조순이 탈락하고 남자부 세계선수권 우승자 홍성칠마저 떨어질 정도였다.

여자부 김남순.윤미진과 남자부 김청태 등 신예들의 경험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이번 대회에서 유럽의 강호들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하면서 이같은 우려가 기우임을 입증했다.

마지막 남은 변수는 시드니 양궁경기장에 불어오는 바닷바람. 8일 귀국하는 남녀대표팀은 어떤 상황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도록 또다시 시위를 당길 예정이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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