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혈 증시' 670대로 주저앉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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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개각이 발표된 7일 주가가 급락, 지수 700선을 무너뜨리며 670대까지 걷잡을 수 없이 밀렸다.

한마디로 현대사태 등 온통 악재만 부각되고 수급 불균형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데다 장을 이끌어갈 매수세력도, 주도주도 실종된 '빈혈장세' 였다.

또 이날 증권거래소 시장에서는 지수 20일 이동평균선이 60일 이동평균선을 뚫고 내려가는, 이른바 데드크로스가 발생해 장세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음을 예고했다.

코스닥시장은 그나마 거래소시장보다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갈수록 지구력이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각종 지표가 최악의 상태를 보이고 있어 반등을 기대할 시점이라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오고는 있으나 대부분의 장세 분석가들은 "현대문제의 향배가 불투명한 만큼 당분간 관망할 것" 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당분간 '안개 장세'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지금 시장은 현대문제가 재료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면서 "해결방안이 나와야 장세를 점칠 수 있으며 그때까지는 투자를 쉬라고 권하고 싶다" 고 말했다.

오는 10일 예정된 옵션만기일에 나올 매수차익거래 청산물량도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신삼찬 하나경제연구소 차장은 "데드크로스가 발생하면서 거래가 계속 줄어들고 있어 약세장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면서 "새 경제팀이 조속히 현대의 구조조정 문제를 처리해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3고(苦)에 시달리는 증시〓최근 증시상황은 재료 빈곤.자금 부족.매수세 실종 등 3고로 요약된다.

고객예탁금이 줄어들고 있고 주식형 상품잔고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비과세 펀드 판매로 3조3천억원이 유입했다고는 하나 90%가 채권형이어서 주식 수요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줄곧 매수 우위를 지켰던 외국인들은 지난달말부터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미국 증시의 반도체 지수 하락, 나스닥 부진 등 당분간 외국인이 시장에 적극 참여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명석 동양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종합지수가 최근 한달여 만에 170포인트나 떨어졌으니 각종 악재는 충분히 반영됐다고 본다" 고 분석하고 "지표상으로 최악의 상황이어서 역설적으로 매수 타이밍으로 볼 수도 있으나 반전의 계기를 찾기 어렵다" 고 밝혔다.

◇개각에는 무덤덤한 반응〓이날 개각은 이미 예상된데다 인선 내용도 부분적으로 알려진 때문인지 장세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그다지 개혁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인물 중심으로 경제팀이 짜여져 공격적인 구조조정 정책을 기대하던 증시에는 다소 실망적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새 경제팀이 현대사태를 비롯한 기업구조조정 문제에 구체적인 복안을 표명해야 시장의 반응이 가시화할 것이라는 게 증시 주변의 분석이다.

DJ정부에서 과거 세차례 단행된 개각 때 당일 주가는 모두 내림세를 보였다.

그러나 1999년 5월과 올 1월 개각의 경우 개각 이후 주가가 단기적으로 오름세를 나타낸 바 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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