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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시성 '부패 블랙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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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국에 '광시(廣西) 현상' 이란 신조어가 생겼다.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구이린(桂林) 등 관광지로 각광받아 온 광시성이지만 최근엔 불행히도 '부패' 대명사로 통하고 있다.

부패 관리들 수가 중국 내에서 제일 많고 관련자들 지위도 가장 높다.

지난달 31일엔 광시성 대부(代父)로 불리던 전(前)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청커제(成克杰)가 중국 국가 지도자로선 최초로 뇌물수수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 부패 실태와 수법〓대륙 남부 광시성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동부연안 산둥(山東)성의 26%에 불과한 미개발 지역. 지난해 중국 중앙정부가 징시(靖西) 등 광시성 22개 빈곤현(縣)에 보낸 빈곤퇴치 자금 1억4천1백45만위안(약 2백억원)의 행방이 묘연해졌다.

이는 전체 빈곤퇴치 자금의 35%를 넘는 거액이다.

빈곤퇴치 판공실 한 관리는 빈민지원 자금 3백11만위안을 자신의 주택과 자가용 구입에 유용했다.

또 친저우(欽州) 등 5개 시에선 44개 항목의 인프라 건설 자금 2천6백60만위안 중 35%에 해당하는 9백35만위안의 사용처가 분명치 않다.

중간에서 관리들이 유용한 것이다.

의무교육 사업과 관련, 중앙정부와 광시 자치구가 상쓰(上思)현 등 9곳에 2천9백만위안을 지원했지만 그 중 7백13만위안이 사라지고 말았다.

가장 자주 동원되는 부패고리는 동향임을 이용한 지연이다.

또 고위 관리 부인에게 접근, 환심을 산 뒤 점차 해당 관리를 끌어들이거나 고위 관리 자녀들을 해외에 유학시켜주고 그 대가로 관리에게서 각종 이권을 챙기는 방법도 통용되고 있다.

지난해 8월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광시 자치구의 전 부주석 쉬빙쑹(徐炳松)은 이들 방법을 총동원했다.

이밖에 군복무 당시의 동료 또는 학교 동창을 내세우거나 같은 성(姓)씨를 찾아 "오백년 전에는 한 집안" 이라며 부패고리를 만들기도 한다.

심지어 미인계도 등장하고 있다.

◇ 베이징의 우려〓중앙정부는 '광시 현상' 이 전국으로 퍼져 '중국 현상' 이 될까봐 걱정하고 있다.

특히 올해 초부터 국운을 걸고 펼치는 '서부 대개발' 과 관련해 중앙정부의 엄청난 지원자금이 중간에서 새나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광시성만 해도 올해 서부 대개발 일환으로 수력발전소 건설용으로 3백억위안, 8개 저수지 건설을 위해 14억위안 등 수백억위안의 인프라 건설용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

건국 이래 처음으로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사형을 선고한 중앙정부의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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