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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시대 쌀 제품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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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경기도 수지에 사는 주부 정배정(28)씨는 남편의 생일상에 쌀로 만든 케이크를 올릴 생각이다. 평소 밀가루 빵이나 단 것을 싫어하는 남편을 위해서다. 정씨는 설사가 잦은 네살짜리 아들에게는 현미빵을 자주 사서 먹인다.

한동안 외면받아온 쌀이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곁에 돌아오고 있다. 영양소를 극대화한 기능성 쌀.화장품.샴푸.아이스크림 등 가공제품의 형태로 점차 용도를 넓혀가는 중이다. 1999년에는 웅진식품이 쌀 음료인 '아침햇살'을 출시해 최단 기간에 1억병을 판매, 쌀의 부활을 예고한 바 있다.

CJ 쌀가공센터의 정헌웅 부장은 "쌀은 수천년간 검증된 원료이기 때문에 안전하고, 체내에서 알레르기 등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아 가공 원료로서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 기능성 쌀=일반쌀에 기능성 물질을 첨가한 기능성 쌀의 올해 시장규모는 150억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웰빙 붐을 타고 성장 곡선을 그리는 추세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기능성 쌀에는 소당미(혈당관리에 도움을 주는 쌀).식이섬유 강화쌀.발아현미.클로렐라쌀.녹차쌀.칼슘쌀.해초쌀 등이 있다. 몸에 좋은 영양소들은 쌀 표면에 코팅시켜 내놓은 제품들이다. 또 영양소가 모여 있는 쌀눈(배아)이 일반쌀에 비해 세배 이상 큰 '거대배아현미'도 새롭게 선보였다.

기능성쌀은 소포장(1~3㎏)으로 판매되며, 가격은 일반쌀의 1.5~3배 수준이다.

◆ 생활용품 원료=쌀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분야다. 최근에는 배아와 쌀겨 부분에 있는 기름.무기질 성분을 추출한 기능성 화장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피부에 영양을 공급하고 보습과 자외선 차단 효과를 노린 제품들이다.

CJ는 쌀겨에서 추출한 보습성분인 'Rice-Bran Oil'을 이용해 '인조이 어 라이스데이'라는 브랜드로 비누.샴푸.린스 등을 생산하고 있다.

애경산업은 쌀 추출물을 주성분으로 한 클렌징 제품 '포인트 화이트 라이스'를 선보였다. 가루 형태의 클렌징 폼인 '화이트라이스 파우더폼'에는 천연 쌀가루가 들어 있다. 애경산업 미용연구팀의 이주연 연구원은 "쌀눈은 피부 미백과 재생 효과가 있어 옛 여성들은 쌀뜨물로 세안을 했다"고 말했다.

◆ 쌀 식품=밀가루나 옥수수 가루에 의존해온 제과업계도 쌀에 눈을 돌리고 있다.

베이커리 업체 뚜레쥬르는 밀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나 소화가 더딘 노약자를 겨냥해 최근 국산 쌀로 만든 쌀케이크를 내놨다. 이 회사의 제품개발파트 이가림 과장은 "떡과 달리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쌀빵 전문 체인점 라이스존은 미분 비율이 70%인 식빵부터 흑미 깨찰빵.머핀.카스텔라까지 쌀로 만든 빵만을 팔고 있다.

농심도 쌀을 함유한 새우깡 신제품을 내놓았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21%의 쌀을 함유한 '쌀 새우깡'을 출시해 두달 만에 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해태제과는 기존 쌀과자 '미사랑'의 쌀 함량을 21%로 높여 새로 출시했고, 오리온도 쌀 크래커 '웰미(Well 米)'를 내놨다.

해태제과 소성수 과장은 "알레르기나 아토피 등 민감한 체질의 아이들이나 남편을 위해 밀가루 과자 대신 쌀 과자를 찾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쌀 제품의 인기를 타고 쌀로 만든 아이스크림도 조만간 시판될 예정이다. 충북도 농업기술원은 지난달 쌀과 과일, 한약재 추출물을 배합한 기능성 쌀 아이스크림을 개발했다. 농업기술원은 연말까지 특허출원을 마친 뒤 식품업체에 기술을 이전해 내년부터 제품을 시판할 계획이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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