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H2O 머언 먼 뒤안길에서 돌아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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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롭게 결성된 H2O 멤버들. 왼쪽부터 베이시스트 김영진, 보컬 김준원, 기타리스트 토미김. 박종근 기자

1980년대를 대표하는 록그룹으로 부활.시나위.백두산을 이야기한다. 그룹 H2O도 그 대열에서 빠뜨릴 수 없다. H2O는 요즘 주류 음악의 한 흐름을 차지하고 있는 모던록의 전형을 이미 10여년 전에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93년 3집을 발매하자마자 멤버 개인 사정으로 그룹이 해체됐다.

3집은 '저주받은 명반'으로 불렸다. 박현준.강기영.김준원.김민기 등 멤버들은 각자 흩어져 이곳저곳에서 음악적 역량을 펼쳐왔다. 그로부터 11년. 그룹의 리더였던 보컬 김준원이 H2O의 이름을 걸고 활동을 재개했다.

베이시스트 김영진, 기타리스트 토미김 등 실력 있는 뮤지션이 합류했다. 김영진은 '카리스마'를 거쳐 '문차일드' '김종서 밴드' 멤버로 활동했다. 토미김은 백두산 3기 리드 기타 출신으로 김종서.임재범.박상민.이승철.이현우.신성우.보아.김민종.빅마마 등의 음반에 참여했다.

김준원은 "원년 멤버들과 다시 하려고 시도했다. 3년 전쯤 재결성하기로 합의했지만 도중에 무산됐다. 특히 강기영(DJ달파란)이 하고 있는 일이 너무 많아 스케줄을 맞추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룹 해체 후 박현준과 강기영은 '삐삐밴드'를 결성해 실험적인 음악을 선보이며 대중음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강기영은 이후 달파란으로 이름을 바꾸고 테크노 DJ로 활동하고 있다. 드러머 김민기는 솔로 앨범을 발표하고 김종서 밴드 등에 참여해 음악 활동을 계속했다. 김준원은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에 출연하면서 음악 활동을 이어왔지만 H2O를 재결성하기를 늘 꿈꿔왔다. 그러다 1년 전 김영진.토미김과 함께 H2O를 다시 만들기로 의기투합했다.

김영진씨는 "듀란듀란이나 아하.데이비드 보위처럼 전자 음악이 가미되고 싱어는 듣기 편안한 소리를 내는 뉴웨이브 장르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앨범은 전체적으로 복고적이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 연극적이면서도 몽환적인 김준원의 목소리는 매력적이다. 15~20년 내공을 쌓은 멤버들의 화려한 연주 실력을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러나 음악 전문 웹진 '가슴'의 박준흠 편집장은 "음악사적으로 의미가 컸던 H2O 3집의 주축은 강기영과 박현준이었다"며 아쉬워했다. 박씨는 98년 이전에 발매된 한국의 록 음반 중 H2O의 3집을 최고의 명반으로 손꼽았었다.

이들은 4집 발표를 겸해 8~16일(12일 제외)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콘서트를 연다. 김종서.이현우.JK김동욱.박건형 등이 게스트로 출연한다. (www.h2o4ever.net), 02-3672-3001.

이경희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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