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정책 미 대선 쟁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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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이 대선 정국으로 접어든 가운데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강.정책이 잇따라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양당 외교정책은 각별한 주목을 받는다.

소련 붕괴 이후 미국은 사실상 지구 상의 유일한 슈퍼 파워로 남았다. 이 거대한 나라의 외교전략 방향에 따라 국제 외교질서가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공화당은 적어도 외교정책에 있어선 '1980년 이후 가장 강성' 으로 평가되는 정강정책을 채택했다.

예를 들자면 남북한 정상회담과 그로 인해 조성된 화해 분위기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고 대신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이탈해 있다. 미국은 오늘날에도 (북한의)침략에 맞설 준비가 돼 있다" 는 등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공화당 후보인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가 국방 우위론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어서라는 지적이 있다.

부통령 후보인 딕 체니와 국무장관 물망에 오르는 콜린 파월은 1991년 걸프전 당시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을 지냈다. 외교 가정교사격인 콘돌리자 라이스 스탠퍼드대 교수는 우익 강경론자다.

그에 반해 민주당의 올해 정강정책은 외교분야에서 조심스런 유화정책을 표방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미국 유권자 중 누구도 약한 미국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그걸 잘 안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강.정책 39쪽 '평화' 항목에서 "냉전은 끝났으며 이제는 지구촌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생각과 지도력이 필요하다" 고 규정했다. 일종의 탈냉전 선언이다.

이를 위해 국제사회의 갈등이 무력을 행사하는 단계까지 가지 않도록 미국이 사전에 적극적인 노력과 개입(Forward Engagement)을 해야 한다는 논리를 도입했다.

민주당은 이같은 예방 개입이 군사력을 앞세운 시위뿐 아니라 경제적인 제재와 민주주의 체제의 이식 등 모든 것을 포함하며, 그것이 향후 미국 외교의 기본방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는 국제사회의 골칫거리가 전쟁이 아니라 지구촌 단위의 자연환경.생태계의 파괴, 에이즈를 포함한 전염병, 조직범죄와 마약 등이 될 것이란 분석도 덧붙였다.

민주당의 유화정책은 특히 아시아와 북한문제에서 두드러진다. 미국은 남한을 "철저히 방위하겠다" 고 천명했지만 "남북대화가 촉진되도록 미국도 노력했다" 는 대목을 달았다. 또 북한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중지 협상도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중국이나 러시아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미국의 국익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밝힌 것도 '유화' 에 무게를 둔 민주당 외교정책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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