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와 10시간] '부드러운 남자' 신현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4면

일본 애니메이션의 두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에 대한 일부 비평가들의 비교는 흥미롭다.

남자만 4형제인 가정에서 자란 미야자키 감독이 '원령공주'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등 모든 작품에서 주인공 구원(久遠)의 여성상으로 그리는 데 반해, 여형제들 틈에서 자라고 딸을 셋 둔 다카하타 감독은 '반딧불의 묘' '헤이세이 너구리 전쟁 폼포코' 등에서 여성과 아이들을 지극히 현실적으로 그린다는 것이다.

신현준은 미야자키.다카하타 두 감독에 대한 이런 분석에 공감했다. 그러면서 위로 나이 차이가 많은 누나만 셋 있다고 했다.

조카도 모두 여자 아이들뿐이다. 여자들 틈에서 자란 유.청소년기가 여린 성격을 형성한 것 같다고, 그는 고개를 여러 차례 크게 끄덕였다.

그 부드러운 자아 위에 해병대 간부 출신인 부친의 엄격함, 1백82㎝의 장신과 연세대 체육학과를 졸업한 체력에 이국적인 남성적 외모를 덧입히면 고스란히 겉은 강하면서도 속은 부드러운 그의 캐릭터가 된다. 그 고정된 캐릭터는 신현준의 최대 강점이자 약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