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사중단 건물·건축허가 받은 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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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공사를 하다 만 건물이나 건축허가를 받고도 착공하지 않은 사업부지를 노려라' .

건물의 용적률을 강화하는 쪽으로 서울시 도시계획조례가 개정된 이후 사업하다 중단된 부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조례 개정 이후 서울 도심의 빌딩 매물이 많이 줄었다. 특히 강남은 매물을 찾기 힘들 정도다.

이 때문에 완공된 건물을 사들이기가 어렵게 됐다.

신규사업을 벌이기도 만만찮다. 용적률이 낮아져 연면적을 줄여야 하므로 사업성을 맞추기가 힘들어졌다. 반면 공사가 중단된 건물은 건축기준 강화조치와 아무 관계가 없다. 종전 용적률이 적용돼 새로 짓는 것보다 넓고 높이 지을 수 있어 상대적으로 값이 싼 셈이다.

이에 따라 대형 부동산의 매매를 알선하는 한국감정원 부동산유통센터.한국토지신탁.관련 부동산중개업소에는 공사 중단 건물에 대한 투자 문의가 부쩍 많아졌다.

◇ 개정 조례에 따른 투자 분석〓일반 상업지역의 용적률이 종전 1천%에서 8백%로 낮아졌다.

이는 분양 원가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평당 2천만원인 토지에 종전대로 1천%의 용적률을 적용해 분양한다면 토지의 평당 공급원가는 2백만원이 된다. 용적률이 8백%로 낮아지면 공급원가는 2백50만원이 돼 평당 50만원이 올라간다.

오피스텔이라면 평당 50만원의 차이는 분양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요즘 부동산 침체기의 틈새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주상복합 소형 아파트는 이 용적률로는 채산성이 떨어져 신규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서울보다 규제가 적고 사무실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분당.일산 신도시 등 수도권으로 건축시장의 주도권이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 성공사례〓김종환(56)씨는 여윳돈으로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기 위해 부지를 찾다가 한 컨설팅업체의 소개로 서울 서초동 교대역 부근의 나대지를 구입했다.

건축허가를 받은 상태에서 사업주의 자금사정으로 급매로 나와 있던 물건이었다. 金씨는 오는 9월말 이 땅에 벤처업종 종사자와 임대사업자들을 겨냥한 주상복합 소형아파트를 지을 계획이다.

투자수익을 따져 보자. 아직 건축허가가 나지 않은 대지를 사들여 주거시설의 비중을 전체의 90%까지 확보한다고 치면 허용 용적률이 5백%를 넘기 어렵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적정 분양가를 평당 6백50만원 안팎으로 잡으면 손해볼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분양가를 평당 7백만원 이상으로 산정할 수밖에 없는데, 20평 미만의 주변 시세를 감안할 때 분양성이 떨어진다.

다행히 金씨가 산 땅은 기존 법규에 따라 건축허가를 받았으므로 주거시설을 90% 수준으로 하면서도 용적률을 7백90%까지 올릴 수 있다.

이 경우 평당 땅값 1백90만원, 평당 공사비 3백만원, 부대비용 평당 60만원 등 가구당 공사 원가가 5백50만원이 나온다. 분양가를 평당 6백만원으로 산정하더라도 가구당 평당 50만원의 이익이 보장된다. 결국 金씨는 연면적을 4천평으로 했을 때 20억원 이상의 분양수익을 올릴 수 있다.

◇ 이것만은 조심하자〓우선 사려는 땅이 사용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용도변경할 수 있는가를 따져 봐야 한다.

건축법 및 시.군.구의 건축 조례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는 문제가 없으나 도시설계지구 내에서는 용도변경이 간단치 않으므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공사 중인 건물은 각종 설비 등의 용도를 바꿨을 때에도 그 기능이 유지될 수 있는 지를 살펴야 한다.

둘째, 공사가 중단된 건물은 가격을 셈해 보아야 한다. 그동안 시공한 부분에 대한 정확한 공사비 산정이 어렵고 앞으로 예상되는 총공사비의 산정도 쉬운 일이 아니므로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소유권 이전이 가능한 가를 검토해야 한다. 공사 중단 건물의 대부분은 권리관계가 복잡하고 소유권 이전까지 거쳐야 할 단계도 많다. 건물이 오랫동안 방치된데 따른 안전문제도 짚어 보아야 한다.

손용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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