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성폭행 잇단 중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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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해 조두순 사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법원이 미성년자 성폭행범에게 잇따라 중형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여고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강간살인)로 기소된 김모(30)씨에게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자신과 사귀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린 여고생을 살해하고도 PC방에서 태연하게 게임을 하는 등 괴로워한 흔적이 없다”며 “사회로부터 무기한 격리시키는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8월 고교 1학년인 A양(당시 15세)을 서울 강서구의 한 공원에서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되자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서울고법 형사9부도 내연녀의 딸을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모(42)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유부남인 이씨는 이혼녀 A(37)씨의 딸(16세)을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혼자 자녀를 부양하며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태에 있는 이혼녀를 농락하고 그 딸까지 성폭행하고도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1심의 징역 6년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서울고법 형사8부도 여조카를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3년이 선고된 임모(43)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임씨는 2002년 누나가 병으로 숨지자 당시 12살이던 조카 A양을 집으로 데려가 이듬해부터 6년간 수시로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임씨는 보호해야 할 조카를 욕망의 도구로 삼는 등 짐승만도 못한 행동을 했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법원의 엄벌 의지에도 불구하고 정작 근본적인 대책은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지난해 12월 2일 아동성폭행범의 유기징역 상한을 최장 50년으로 늘리고 공소시효를 없애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여야간 다툼으로 심의가 늦어지면서 연내 처리키로 한 방침은 무산됐다. 법원 관계자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술을 마시고 미성년자를 성폭행하는 사례 등에 대해 양형기준을 높이는 등 노력을 하고 있지만 법 자체가 개정되지 않으면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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