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코드기 충돌호텔서 목숨 건진 행운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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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백13명의 생명을 한순간에 앗아간 프랑스 콩코드기 추락 현장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여성이 있었다.

25일 오후 사고기가 덮친 고네스마을 리시노 호텔에는 케임브리지대에 재학 중인 아르바이트 관광안내원 앨리스 브루킹(21.사진)이 유일한 투숙객이었다.

자신이 안내할 영국 서포크주 합주단 어린이 44명이 한시간 후에 모두 투숙할 예정이어서 호텔측은 다른 손님을 받지 않았다.

비행기가 추락할 당시 그녀는 언니와 안부전화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통화 도중 갑자기 창문으로 화마에 휩싸인 비행기가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것을 보았다.

곧바로 방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비행기가 호텔에 충돌한 것이었다. 놀란 그녀가 방문을 뛰쳐나가려고 했지만 이미 복도에 불길이 번져오고 있었다.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2층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수백m를 정신없이 뛰었다. 언니와의 안부전화가 그녀를 살린 구세주(?)가 된 것이었다.

"언니와 전화하기 직전에 창문을 열어놓은 게 천만다행이었습니다."그녀는 방이 마침 2층이었는 데다 우연히 창문을 열어놓았기 때문에 기적적으로 살아났다고 영국 일간지 이브닝 스탠더드에 말했다.

그녀가 호텔을 뛰쳐나온 직후 호텔에서 10m도 채 안되는 곳에서 사고기가 폭발, 인근 호텔종업원 등 지상에 있던 4명이 목숨을 잃었다. 팔과 손에 가벼운 화상만 입은 그녀는 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이날 곧바로 퇴원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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