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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47호 02면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KBS ‘개그콘서트’의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 코너(사진)에서 취객으로 나오는 개그맨 박성광씨가 외치는 말입니다. 웃음이 터지긴 하는데, 왜 이렇게 마음 한 구석이 짠해 오는지요.

EDITOR’S LETTER

‘분장실의 강 선생님’의 개그우먼 안영미씨가 받아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어쩔 수 없어. 그게 세상 이치야.”
그 옆에 있던 ‘강 선생님’이 “니들이 고생이 많다”고 어깨를 두드려주긴 하지만, 씁쓸함은 쉽게 가시지 않습니다. 1등만 살고 나머지는 모조리 루저가 되는 사회. 어느새 우리 사는 곳이 이렇게 돼버린 걸까요. 돌파구를 생각해봅니다. 어차피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라면, 1등을 하면 되는 게 아닐까요. 각자 자기가 맡고 있는, 자기가 흥미 있는 분야에서-비록 남들에겐 하찮아 보인다 할지라도-최고가 되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SBS ‘생활의 달인’을 즐겨 봅니다. 그 속에는 자기 분야에서 1등인 분들이 등장합니다. 새벽마다 신문을 문 앞에 정확하게 던져놓기도 하고, 손가락이 보이지 않게 봉투를 접는가 하면, 달걀을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척척 암수 구별을 하기도 하죠. 분야와 관계없이, 그 경지에 이르기 위해 십수 년간 들인 정성과 공력에 새삼 경의를 표합니다.

‘삶은 달걀’이라고 했던가요. 세밑 점심자리에서 ‘달걀’ 얘기를 들었습니다.
“달걀 입장에서 껍질을 자기가 깨고 나오면 닭이 되는 것이고, 다른 사람이 깨 주면 계란 프라이가 되는 것이다. 어떤 것을 택할 것인가.”
닭이 돼 봐야 결국 프라이드 치킨 신세 아니겠느냐고요? 그래도 땅을 밟고 서서 날갯짓이라도 한번 시원하게 할 수 있었다는 게 처음부터 계란 프라이로 마감하는 것보단 낫지 않나요.

2010년 새 날이 밝았습니다. 중앙SUNDAY 독자 여러분, 올해엔 1등 하세요. 하시는 일로 세계 최고가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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