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의장 "사회권 넘긴일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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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기는 뭐하러 왔나. 날치기 안한다고 했는데. "

25일 아침 이만섭(李萬燮)국회의장은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둘러싸였다.

'의장 출근 저지조' 로 나선 신경식.하순봉.이규택.고흥길.임진출 의원 등 30여명. 이들에게 李의장은 "나는 국회를 지켜야할 마지막 보루다. 국회 파행을 막을 책임이 있다" 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긴 놔두고 김종호 부의장 집에나 가봐" 라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수시로 내실로 가 전화통을 잡았다. 민주당 정균환.한나라당 정창화 총무와 여러번 통화했다.

하순봉.고흥길 의원 등 이회창 총재 측근들을 불러 "李총재와 민주당 서영훈 대표, 나의 3자회동을 주선할 수 없겠느냐" 는 제의도 했다. 그러나 徐대표가 오후에 들렀을 뿐 李총재와의 회동은 성사되지 않았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문답.

- 정할 것인가.

"운영위에서 통과됐으니 (다음 단계인) 법사위에서 처리해야 한다. 본회의 직권상정은 하지 않는다.(야당의원들을 돌아보며)이건 야당도 믿어줘야 하는데. "

(한나라당 박희태 의원이 "의장님을 못믿어서가 아니라 보호하기 위해서 온겁니다" 라고 응수)

- 사회권을 김종호 부의장에게 넘길 건가.

"사회권은 나에게 있다. 요청받은 일도 없다. "

- 어떻게 풀 생각인가.

"대화로 풀어야지. 오후에 국회에 나가 여야 총무들을 불러 대화를 주선하려 했는데 이 사람들(한나라당 의원들)이 여기 있는 게 좋다니까…. 우선 약사법.금융지주회사법 같이 여야간 합의를 본 민생법안과 추경예산만이라도 다뤘으면 한다. "

- 왜 이런 사태까지 왔다고 보나.

"김종필 명예총재와 이회창 총재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만난 게 민주당 총무로 하여금 착각하게 만든 것 같다. 두 분이 정치적으로 해결되도록 노력해줘야 한다."

- 민주당에선 李의장이 직권상정을 망설이는데 불만이 있을텐데.

"크게 생각하면 그게 여당과 국회, 나라를 위하는 길이다. 근시안적으로 봐선 안된다. " (오후 2시쯤 김종호 부의장이 집에서 나갔다는 보고를 받은뒤)

- 金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겼나.

"줄 수 없다. 요청받은 일도 없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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