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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주민들 '빗소리에 가슴 철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파주시 문산읍 주민들은 빗소리만 나도 가슴이 철렁한다.

지난 1996년과 최근 2년 여름에 극심한 침수피해를 당했던 이들은 비만 오면 대피준비에 나선다.

경기남부를 중심으로 이틀 째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 23일 새벽. 문산읍에는 74.5㎜의 그리많지 않은 비가 내렸다. 경의선 철길 주변 저지대 일부 주택가에서 물이 대문 앞까지 약간 차오르는 정도였다.

하지만 주민들의 대피 상황은 홍수지역을 방불케했다. 일기예보 방송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밤잠을 설치는 가운데 마을에 조금만 물이 고여도 배수로 주변으로 몰려나와 물길을 내는 등 부산하게 움직였다.

또 각 가정에선 미리 꾸려놓은 짐들을 다락방이나 옥상으로 옮기느라 바빴다.

읍내에서도 가장 저지대인 문산4리 민병호(閔丙浩.54)이장은 "거듭된 수해에 지쳐 지난해 여름엔 고층아파트로 집을 옮겼다" 며 "이 아파트마저 변전실.주차장.기계실 등이 있는 지하층이 매년 물에 잠겨 불안하기 짝이 없다" 고 말했다.

주민 유인숙(柳仁淑.주부.41)씨는 "침수시 우선 입을 옷가지와 덮고 잘 이불은 필요할 것 같아 지난주 인근 파주읍 연풍리에 있는 친정집으로 짐을 일부 옮겨놓았다" 고 밝혔다.

그는 또 "앞으로 비상시 중요한 짐을 친정집으로 재빨리 옮기기 위해 골판지나 플래스틱 박스 10여개를 준비해 놓았다" 고 소개했다.

또 우한명(禹漢明.63)씨는 최근 인천에 있는 딸네집으로 가전제품.이불 등 중요 살림살이를 옮겨놓았다. 조성우(趙成宇.41)씨는 비가 많이 오면 즉시 짐보따리를 들고 집을 빠져 나가기 위해 세간살이를 대형 비닐로 포장해 놓고 있다.

일부 주민은 아파트 전세를 얻어 여름한철을 대비하는 경우마저 있다. 또 슈퍼나 옷가게 주인들은 물품 입고량을 평소의 절반 가량으로 줄이고 재고를 없애는데 주력하고 있다.

주민들은 "최소한의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고선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며 여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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