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개정안 변칙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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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회는 24일 운영위에서 민주당과 자민련이 국회법 개정안을 기습 통과시키는 바람에 파행을 겪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를 '날치기며 원천무효' 라고 주장하고, 예결위의 추경예산안 심사와 법사·행정위 연석회의 등 전체 상임위 활동을 거부했다.

또 국회법 개정안의 최종 처리단계인 본회의 통과를 막기 위해 본회의장에서 농성했다.

반면 민주당은 운영위에 이어 재경위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금융지주회사법 등 5개 법안을 단독 통과시켰다.

또 임시국회 폐회일인 25일 국회법 개정안·추경안·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자민련과 공조해 처리키로 해 여야가 가파른 대치상태다.

국회법 개정안은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을 의원 10명(현 20명)으로 내리는 내용으로, 본회의를 통과하면 자민련(17명)은 교섭단체가 된다.

◇ 운영위 기습통과=오후 2시30분 국회법 개정안 상정을 위해 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던 정균환(鄭均桓·민주당 총무)운영위원장을 한나라당 의원들이 저지하자, 민주당측 간사인 천정배(千正培)수석부총무가 개의선언과 함께 법안을 상정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마이크를 빼앗긴 千의원은 육성으로 "개정안 제안설명과 심사보고는 유인물로 대체하고 토론은 생략한다. 가결됐음을 선언한다" 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의원들은 격렬한 몸싸움과 욕설을 주고 받았다.

한나라당은 千의원의 육성을 제대로 기록하지 못한 속기록을 제시하며 법안 처리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 임시국회 중단=날치기 사태가 발생하자 한나라당은 진행 중이던 법사·행자위 연석회의 등 상임위에 불참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민주당과 자민련 의원만으로 예결위가 속개되자 예결위 회의장으로 몰려가 추경안 심사를 저지했다.

민주당 박병석(朴炳錫)대변인은 "국회법 처리는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이 국회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한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 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총재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정균환 총무·천정배 수석부총무를 국회 윤리위에 제소키로 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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